두 회사 모두 서로를 향해 '여론전을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히고도 자기주장 힘싣기는 계속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7일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누구인지 삼척동자도 알고 SK 공채에 LG화학 출신 지원자가 워낙 많은 상황"이라고 비꼬았고 LG화학은 "경찰이 오늘 SK이노베이션을 압수수색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의 상당한 범죄 협의에 대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CEO 대화 하루 만에"… 충돌한 SK와 LG
SK이노베이션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LG화학을 향해 "여론전 자제를 당부한다"며 "인력 채용은 유감으로 생각하지만 헤드헌터를 통한 표적 채용은 없었고 LG화학 출신 지원자가 워낙 많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만남을 가진지 하루 만에 곧장 입장문을 통해 LG화학을 겨냥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누가 여론전을 하고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며 LG화학을 공개 비판했다. 앞서 LG화학은 이달 3일 SK이노베이션을 향해 "여론전을 그만두고 소송에만 성실히 임하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날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포함 SK그룹 누구에게도 사전 통지와 양해 없이 4월 30일 새벽에 기습적으로 (소송사실을) 발표하면서 전 언론 및 시장에서 대서특필 되도록 했다"며 "소송 초기부터 LG화학 스스로 언론에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의지를 존중해달라'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우리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며 "우선 지금은 한국 배터리 산업을 위해 협력해야 할 시기이며 또 언론과 여론이 우려하는 해외 경쟁사의 어부지리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전날 CEO 간의 만남이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상황에서 두 회사가 또다시 비방전에 나선 상황이다. 서로를 향해 여론전을 멈출 것을 요청하면서도 사실상 비방에 가까운 입장문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인력 채용은 유감스럽다"면서도 "헤드헌터를 통한 고용이 아닌 공정한 공개채용이었고 LG화학의 지원자가 워낙 많았을 뿐"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언론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배터리 기업 A사 홈페이지에 명시된 (연구원의) 7개 출신 기업 중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LG화학이 명시돼있다"며 "LG화학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근거로 한 언론 보도에도 LG화학의 자발적 퇴직자수는 2016~18년까지 총 1,258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 '경찰 수사 관련' 안내문까지 낸 LG화학
LG화학은 이례적으로 수사당국의 압수수색 관련 안내문까지 언론에 배포했다.
이날 LG화학은 '경쟁사 경찰 수사 보도 관련해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LG화학은 "5월 초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며 "이번 압수수색은 경찰에서 SK이노베이션의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법원도 이렇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LG화학은 △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탈취를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구성한 이력서를 작성케 한 점, △ LG화학에서 수행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세부 기술이 적힌 자료를 면접 전까지 제출케 한 점, △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수백 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점을 들며 SK이노베이션의 부당행위를 지적했다.
LG와 SK 그룹의 계열사 간 사장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가 서로를 향한 감정 섞인 비난을 다시 시작하면서 소송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특허침해 소송에 맞서 역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낼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LG화학의 제소 안건에 대해 조사개시를 결정하고 조사에 들어간 상태이다. SK이노베이션이 낸 특허침해에 대해서도 이달 내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