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는 이날 오후 5시경 서울 종로구 효자동 소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을 했다. 독재정권 시절 야당 대표들이 단식 투쟁 등을 벌인 사례는 있었지만 제1야당 대표의 삭발은 최초다.
삭발식이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조경태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김문수 전 경기자사 등 약 100여명의 당원들이 참석했다. 전희경 대변인의 사회로 애국가가 흘러 나오는 가운데 시작된 삭발식 도중 일부 여성 당원들은 두 손을 모은 채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청색 남방과 회색 바지, 운동화 차림의 황 대표는 삭발식 직후 정면과 좌우에 앉아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 후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저는 오늘 제1야당의 대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에 항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저의 뜻과 의지를 삭발로 다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정유린과 조국의 사법 유린 폭거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국민들의 분노와 저항을 짓밟고 독선과 오만의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저의 투쟁은 결단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딸의 입시특혜, 가족 사모펀드 의혹에 휩싸인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시에 조 장관에게 재차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면서 조 장관에게는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현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기 위해선 국민 여러분들께서 함께 해주셔야 한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삭발식에 앞서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은 황 대표를 만나 문 대통령의 '삭발 만류'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황 대표는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삭발식 전에 강 수석이 찾아와서 황 대표와 잠깐 만나 삭발을 만류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황 대표는 이에 단호하게 딱 두 마디 '조국 사퇴시키시오, 조국 파면시키시오'라고만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황 대표를 포함한 당내 의원‧당협위원장 50여명은 이날 분수대 앞에서 자정까지 연좌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