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이날 국영 SPA 통신을 통해 반군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시설 두 곳을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한다고 밝혔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일시 가동 중단으로 하루 570만 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생산시설 폐쇄로 생산량이 하루 500만 배럴 감소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유가 상승이나 또 다른 주요 산유국인 이란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시설을 재가동하기 위해 수리 중"이라며 "이틀 뒤 진척 상황을 발표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기준 석유수출국기구(OPEC)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980만 배럴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문가인 시장조사업체 IHS의 로저 디완 부사장은 아브카이크 단지를 석유 수급 체제에 있어 "심장과 같다"며 이번 화재는 "심장마비가 일어난 셈"이라고 비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드류 리포 대표는 WSJ 인터뷰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5~10달러 오를 수 있다"며 "한국·중국·일본·인도·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리어뷰에너지의 케빈 북 리서치헤드 역시 CNBC를 통해 "원유 가격은 수리 기간이 얼마냐에 달려 있다"며 "만약 3주간 가동이 중단된다면 배럴당 가격이 10달러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피해가 커 시설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원유 수입국이 비축유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람코가 몇주 동안은 고객사에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원유를 비축해 둔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우디 당국은 비축해둔 물량을 풀어 전 세계 원유 수급에 영향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이 사안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들은 전했다
아람코 측은 CNN 비즈니스에 "며칠 내 생산량이 회복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자국 내에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비축해두고 있으며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일본 오키나와, 이집트 시디 케리르 등 주요 거점지역에 저장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제사회도 시장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와 공조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성명을 내고 "세계 원유 시장은 현재로서는 재고가 충분해 공급은 잘 이뤄질 것"이라며 "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사우디 당국, 주요 산유국 및 수입국과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도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비축된 재고를 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화재는 아람코가 상장을 추진 중인 가운데 발생했다. 아람코는 역대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기업공개를 위해 최근 주관사를 선정했으며 이르면 11월 중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