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9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강원도 횡성경찰서 경찰관들은 지난해 3월 22일 밤 A씨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두 차례 받고 각각 출동했다.
첫 번째 출동했을 때에는 건물 화장실에 쓰러져 있던 A씨를 데리고 나왔으나, 구체적인 주소를 말하지 않자 귀가하라고 말하고 현장을 떠났다.
이후 A씨가 건물 ATM 출입문 옆에 주저앉아 있다는 신고가 다시 들어오자, 경찰관들은 신고자에게 '이미 한 번 신고를 받아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으니 귀가하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다시 현장에 도착해서는 순찰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창문을 열고 A씨에게 "괜찮아요?"라고 물어본 다음 현장을 떠났다.
A씨는 이튿날 아침 건물 계단 아래 누운 상태로 발견됐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경찰들이 보호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두 차례나 신고가 들어갈 정도로 술에 만취해 정상적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던 A씨의 건강 상태와 주변 상황을 살핀 후 경찰서에 데려가는 등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3월 하순에 강원도 지역의 야간 기온이 상당히 낮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술에 만취한 A씨의 힘으로 방지하기 어려운 생명·신체의 중대한 위험이 존재했다"며 "경찰관들도 그 위험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가 측은 경찰관들이 두 번째 출동했을 때 괜찮냐고 묻자 A씨가 그렇다고 대답했다며 보호조치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망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등을 고려하면 괜찮다는 취지로 대답했어도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만취해 무의식적으로 나온 대답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그런데도 만연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를 게을리해 사고를 발생케 한 과실이 있고, 이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주량을 초과해 술을 마신 과실 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