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류현진은 달라진 머리 색깔만큼이나 강렬한 모습이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과 눈부신 투수전을 펼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류현진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동안 볼넷없이 안타 2개만을 내주고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탈삼진은 6개를 솎아냈다.
이로써 메이저리그 1위 기록인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ERA)은 2.45에서 2.35로 낮아졌다.
시즌 13승 기회는 무산됐다.
류현진이 잘 던졌지만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디그롬의 투구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디그롬은 7이닝동안 볼넷없이 3피안타 무실점 8탈삼진을 기록하며 다저스 타선을 힘으로 눌렀다.
양팀은 선발투수의 압도적인 호투를 앞세워 7회까지 0의 균형을 이어갔다. 총 90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0대0으로 팽팽하던 8회초 자신의 타석 때 대타로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비록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최근 부진을 씻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경기였다.
류현진은 지난 4경기에서 승리없이 3패를 당했고 총 19이닝동안 무려 21실점을 기록했다. 4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9.95로 높았다.
류현진은 이전까지 시즌 평균자책점 1.45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4경기 부진을 거치면서 평균자책점이 2.45로 치솟았다.
류현진은 이날 머리카락을 회색으로 염색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한 차례 등판을 거르면서 체력을 회복하고 투구 방식을 조정한 류현진은 날카로운 체인지업과 더 정교해진 제구력 등을 앞세워 '괴물'의 부활을 알렸다.
류현진은 경기 시작 후 첫 5명의 타자를 모두 아웃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2회말 2사 후 로빈슨 카노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 토드 프레지어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류현진은 3회말 2사 후 1번타자 아메드 로사리오에게 좌전안타를 내줬다. 이어 J.D 데이비스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이번에도 주자의 득점권 진루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류현진은 '괴물'의 위용을 자랑했다. 4회부터 7회까지 4이닝을 연거푸 삼자범퇴 처리했다. 7회말에는 1사 후 강타자 피트 알론소와 윌슨 라모스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류현진과 디그롬은 누구도 승리를 올리지 못했지만 올시즌 사이영상 경쟁 후보답게 각자의 방식으로 타자를 압도하며 손에 꼽을만한 투수전을 연출했다.
디그롬은 눈부신 호투에도 시즌 10승 달성의 기회를 또 다음으로 미뤘다. 현재 9승8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