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 협상 곧 시작····트럼프는 거센 압박

트럼프, 12일 "동맹이 더 나빠"…지난달에는 "10억달러 받기 쉬웠다"
이달말 한미정상회담에서 청구서?…대표단 인선과 함께 이달말 본격 협상 시작 전망

(일러스트=연합뉴스)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협상을 위해 필요한 인선 작업 등을 마무리한 뒤 9월 말쯤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지난달 19일에는 10차 협상 당시 양측 수석대표였던 외교부의 장원삼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 국무부 티모시 베츠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만났다.

다만 한미 모두 11차 협상에서는 새로운 대표를 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여러 후보자들에 대한 막바지 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전직 기획재정부 간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간부를 후보군에 포함시킨 것은 미국의 인상 요구에 대비해서 재정 관련 사항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정부의 협상 전략이 숨어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장 대표와 베츠 대표의 사전 협의로 11차 협상이 사실상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이 아니다"며 "11차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서 논의하는 사전 협의 성격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외교부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준에서 분담하겠다는 정도의 입장은 갖고 있지만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언급을 아끼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미국 측의 요구와 우리 측의 대응 등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잇따라 대폭적인 방위비 인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한 연설에서 "우리는 엄청나게 부유한 나라들을 방어한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거의 아무것도 내지 않는다"며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지 않는 동맹국이 더 나쁘다고 비난했다.

한국을 직접 겨냥한 발언도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협상이 이제 막 시작됐다"며 "한국은 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미국에 현저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매우 적은 돈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요구에 따라 한국이 9억 9천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달 9일에는 뉴욕의 대선 자금 모금 행사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며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시기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방한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을 잇따라 만나면서 이같은 요구를 어느 정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선거 유세나 내각회의에서 주한미군 주둔에 드는 비용이 약 50억 달러(약 6조 450억원)라고 언급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규모 인상 요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말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이뤄지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폭 인상된 방위비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는 지난 3월 제 10차 SMA협상에서 올해 방위비분담금을 작년보다 8.2%인상된 1조389억원에 합의했었다.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아직 협상이 개시되지 않았고, 협상단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했을 때 앞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되기는 하지만,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실무진들은 이미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좀 더 어려운 협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 정도는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이 어떤 항목을 통해 인상 요구를 해 올지, 협상 대표로 어떤 인물을 내세울지 등이 협상의 키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 협상대표는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맞춰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