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아 "'다음에 연락 줄게요'란 말,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현장] 제13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배우 강진아 특별전 관객과의 대화

배우 강진아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내게 사랑은 너무 써'(2008), '강변북로에 서 있는 여자'(2010), '흔적'(2012), 우리 상우와 만나지 말아요'(2012), '서울 137'(2012), '배드신'(2012), '지금 당장 보건증이 필요해!'(2014), '바캉스'(2014), '원 플러스 원'(2015), '아아아'(2015), '서울 투어'(2015), '배우의 탄생'(2015), '역귀'(2016),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뒤집힌 배 그리고 나비'(2016), '나의 기념일'(2016), '젖꼭지'(2019), '비 내리는 날의 양자강'(2019)…

그동안 강진아가 출연했던 단편영화들이다. 올해 열린 제13회 대단한 단편영화제에서는 배우 특별전 주인공으로 강진아를 선정했다. 강진아는 배우 특별전 소개 글을 통해 "울퉁불퉁 다른 모양의 이야기들을, 천천히 천천히 꺼내어 보여드릴게요"라고 전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배우 특별전-강진아'가 열렸다. 애니메이션 '원 플러스 원'(감독 허수영), '배드신'(감독 전고운),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뒤집힌 배 그리고 나비'(감독 노영미), '비 내리는 날의 양자강'(감독 차정윤), '젖꼭지'(감독 김용승)까지 5편이 상영됐다. 상영 후, 차한비 리버스 기자의 사회로 강진아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상영작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원 플러스 원'에서 고양이 목소리 연기를 위해 어떤 걸 준비했냐는 질문에 강진아는 "오랜 기간 준비했다기보다, 전달이 명확해야 했다"라며 "고양이 목소리는 좀 더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강진아는 '발광하는 현대사'를 통해 처음으로 목소리 연기를 시작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 애니메이션에 여러 번 참여했다. 요즘도 목소리 연기 작업은 "웬만하면 한다"는 강진아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실사 시나리오에서 해 보지 못하는 자유로운 걸 할 수 있다. 굉장히 신나게 놀듯이 작업한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배드신'은 본인의 경험이 어느 정도 녹아 있는 작품이다. 배우가 되고 싶은 진홍이 여고생 역할 오디션을 보지만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노출이 있는 콜걸 역할이 주어진다는 이야기다.

강진아는 "28살 때 '은교' 오디션을 봤다. 매니저 없이 (오디션장에) 가면 뭔가 나만 준비가 안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혼자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고. 전고운 감독님도 연출부 생활할 때 비슷한 촬영 현장을 목격했는데, 그 경험과 제 이야기가 합쳐졌다. 배우에 관심이 되게 많은 연출자이다 보니까 그런 얘기를 해 보고 싶다더라"라고 말했다.

단편영화 '배드신'의 스틸
강진아는 "배우가 노출하는 것에 어떤 공포를 가졌는지 수다 떨다가, 어느 날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이 얘기 어때?' 했다. 전 항상 재미있다. '내게 사랑은 너무 써'도 되게 어둡고 무거운 내용이었지만 이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게 되면 으쌰으쌰 하는 에너지가 항상 흐른다. (전고운 감독과) 친하기 때문에 마음을 더 다잡는다. 늘, 항상 뜨겁게 작업한다"고 부연했다.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뒤집힌 배 그리고 나비'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여성 주인공의 행복 동화를 동양의 해몽과 엮은 이야기다. 강진아는 "원래 감독님이 시카고에서 회화(전공)하셨다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셨다. 이 작품은 상영을 목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고, 저희가 실사로 4K로 찍고 매 장면을 다른 종이로 다 인쇄한 다음에 만화책처럼 만든 스톱모션이다"라며 "산을 오르고 내리는 에너지에 함께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24시간 영업하는 중국집 양자강을 배경으로 하는 '비 내리는 날의 양자강'에 관해서는 "감독님께서 양자강이라는 중국집에서 짬뽕 드시다가 은미(강진아가 연기한 배역) 모티프가 되는 어떤 분을 본 거다. 아저씨들이랑 같이 앉아 있었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고, 주인아주머니는 제지를 안 해서 관계가 되게 묘해 보였다고 한다. '저 여자가 누구길래 저 사이에 있는 걸까?' 싶었단다"라며 "2년 전에 찍고 최근에 녹음하고 마무리했다"라고 밝혔다.

'젖꼭지'는 육아 휴직 중인 유선이 갑자기 일 때문에 회사에 갈 일이 생기고, 육아에 무심했던 남편에게 화를 폭발하는 얘기다. 강진아는 최근 태어난 조카를 돌보면서 현실 육아를 잠시나마 경험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 육아가 되면 아이를 대하는 텐션이 달라지더라. 실제 아이를 돌보면 온몸에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눈으로는 그 아이가 어떤지 계속 체크해야 하고, 그게 되게 피로하다. 놀고먹고 자는 걸 서너 번 하면 그 친구의 하루가 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태어난다는 건 그만큼 아이를 책임지고 돌봐줄 사람이 많아지고,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더더욱 느꼈다. 결혼에 대해선 어떤 환상은 없다. 환상은 없지만, (결혼 상대는) 동지라는 생각이 최근에 들더라. 삶을 같이 살아갈 동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언젠가 결혼을 할 것 같은데 지금은 잘 살다가 연애도 잘해 보려고 한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다"라고 덧붙였다.

강진아는 '나, 이거 너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에 참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강진아는 "저는 그때 그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에너지가 난다. 어떤 이야기가 좋고, 내가 (거기서) 어떤 걸 할 수 있다면 일단 다 신난다. 그렇게 작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자연에서 촬영을 했다는 그는 "'진아 씨는 자연에 가면 굉장히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들었다. 제가 사실 실내 촬영을 힘들어한다"고 고백했다.

위쪽부터 애니메이션 '원 플러스 원', 단편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뒤집힌 배 그리고 나비', '비 내리는 날의 양자강', '젖꼭지'
영화에 출연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오디션에서의 거절은 익숙해지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강진아는 "오디션을 지금도 보고 있다. 항상 오디션을 볼 때 저는 저를 꺼내 보인다는 마음이다. 연애하는 거랑 너무 비슷하더라"라며 "'다음에 연락 줄게요' 듣고 나오는 게 아직 전 익숙하지 않다. 헛헛함이 여전히 있다. 누군가는 '익숙해져야 해, 그냥 딱 보여주고 와' 하는데 전 사실 쉽지가 않다"라고 전했다.

이어, "작업을 하는 건 정말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그 인연들 때문에 지금 여기서 작업할 수 있었다. (연기하는) 원동력은 정말로 현장에서 같이 하는 동료다. 물론 이야기가 끌리고 연출분이 기대가 된다면 계속 작업하는데, (동료들이) '계속 가' 하고 밀어주는 것 같다. 같이 와 주신 덕분에 가는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찍은 경험자로서 바라보는 단편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강진아는 "사실 저 생각 안 해 봤다. 너무 업이었고, 일이었고 제 터여서"라며 "어쨌든 체험하게 해 주는 매력이 있다. 단편영화는 훨씬 짧은 시간에 저를 데려다주는데,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요즘의 고민은 쉴 시간이 너무 없는 거라고 털어놨다. 강진아는 "얼마 전엔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정말 천천히 걸었다. 전 원래 느린 사람인데 도태되지 않으려고 빨리빨리 하는 걸 습득한 사람이다. 전 굉장히 느리다. 뭔가 받아들이는 것도 느리고. (그때) 진짜 제 걸음대로, 정말 느리게 걷는데 정말 행복했다. 너무 느리게 걸으면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 듣는 순간이 너무 좋아서 그걸 조금 더 늘려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강진아는 "(태풍) '링링' 뚫고 왔다. 오늘 정말 고맙다. '배우전'이라는 말은 사실 좀 오그라들지만 제가 뜨거웠던 순간들을 나눌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뻤다. 끝까지 자리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제13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강진아 배우전이 열렸다. 왼쪽부터 차한비 리버스 기자, 배우 강진아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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