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배우로 꼽히는 박정민이 주연작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과 관련해 초반 라운드 인터뷰를 마친 뒤 1대 1 인터뷰를 진행했다. 반가우면서도 다소 번거로운 길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마주한 박정민의 대답은 "훨씬 편해서요"였다.
"들이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1대 1 인터뷰에서) 에너지 소비가 덜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웃음) 직전작 '사바하' 때도 1대 1 인터뷰를 하려 했는데, 저만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군요. 여러 주체들이 합의를 해야 하는데, 서로 안 맞았으니 어쩔 수 없었죠."
그는 "1대 1로 인터뷰를 하다보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작품 관련 이야기도 듣게 되고,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생각도 잘 정리되는 걸 느낀다"며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1대 1 인터뷰를 먼저 제안할 계획"이라고 했다.
◇ 철저한 분석보단 예민한 '직관'에 연기 무게…"정답 아닐 수도 있으니까"
"사실 하나로 정의 내리기는 힘든 것 같아요. 제가 정말 부러워하는 배우들이 지닌 능력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스스로 분석하고 계산한 연기를 정확하게 해내는 능력이에요. 저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저 역시 대본 보고 준비를 많이 해 가는데, 카메라 앞에 서면 상대방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다 이런저런 여건 때문에 계획대로 안 되더군요. 결국 카메라 앞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박정민은 "아직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계산하고 분석해 온 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잖나"라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무슨 일을 겪으면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렇게 (직관적인 연기를) 해도 괜찮네'라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오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계산대로 안 되면 '잘못한 건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건가'라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죠. 그런데 '정말 큰 실수를 저질렀다면 다시 찍으면 된다'는 마음을 먹은 이후로는 연기할 때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이렇듯 직관에 기댄 자신의 태도가 이른바 '메소드 연기'로 구분되는 것을 경계했다.
"저는 메소드 연기라는 걸 잘 믿지 않아요. 그것을 완벽하게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메소드 연기는 엄청난 연습을 통해 캐릭터의 버릇, 말투까지 배우 자신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거잖아요. 제 경우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의식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카메라와 각도를 맞추는 등 이런저런 크고 작은 기술이 필요해요. 그 안에서 완벽한 메소드 연기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박정민은 "단지 그 인물로서 할 수 있는 언행을 최대한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이라며 "사실 제가 '이번에는 보다 메소드적으로 연기했습니다'라고 말하더라도 관객들이 그것을 느끼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는 거잖나. 결국 관객들이 판단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 "나 자신보단 내 작품에 강한 자부심…어울리지 않는 선택 안 하려 애써"
"제가 출연한 영화 흥행이 잘 되든 안 되든 매 작품마다 현장을 겪으면서 크고 작은 경험치들이 쌓입니다. 그것들을 내내 간직하고 사는 셈이죠. 배우로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은 물론 좋은 일들도 있었죠. 수많은 희로애락이 뒤섞여 있지만 찬찬히 되돌아보면 나름대로 잘 걸어 온 것 같아요. 저 스스로 제게 어울리지 않는 선택은 하지 않으려고, 유혹당하지 않으려고 애써 왔죠. 넘어질 뻔할 때 구해준 고마운 사람들도 떠오르네요."
현재 상영 중인 '타짜3'을 비롯해 박정민의 작품들을 되짚어보면 그가 또래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역할을 주로 맡아 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박정민은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는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또래 사람들을 대변하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재밌을 것 같은 작품을 선택해요. 제가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하려고 애쓰다보니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의식적으로 그런(이 시대 청년의 삶을 다룬) 작품에 끌리는 면이 있나'란 생각도 드네요. 작품을 통해 또래 관객들이 느끼는 게 있다면, 제 역할을 잘 해낸 거겠죠? (웃음)
그는 "관객들에게 제 몫을 하는 배우, 실망시키지 않는 배우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영화계 한 구석에서 뭔가 한 부분을 만들어가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건 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죠. 주변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라는 걸 잘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영화계에 필요한 존재였으면 합니다. 영화계를 기둥처럼 떠받치고 있는 선배 배우들이 있잖아요. 그 와중에 후배로서 도울 일이 있다면 돕고, 그러면서 저 스스로 기둥으로 서기 위해 항상 애쓰는 배우로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