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른바 '반(反)조국 연대'의 규모는 아직까지 범(凡)보수 진영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조국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장관 해임건의안 추진 등의 안건을 놓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찬성인 반면, 나머지 야당들이 미온적인 입장인 점이 그렇다.
배경에는 한국당이 중심이 된 연대의 명분에 대한 여전한 의구심이 깔려 있다. 한국당이 대안정당의 자격을 갖췄느냐는 논란이다.
국회의원들의 현실적인 이해관계도 작용한다. 선거법 개정을 통한 비례 의석 확대를 노리는 군소정당들로선 조 장관에 대한 반대를 민주당에 대한 반대로 확전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 反조국…보수와 중도의 온도차
조 장관에 대한 반대 기류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한국당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인사청문회를 담당했던 한국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의 활약이 주효했다.
논란의 사모펀드인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의 블루코어가 조 장관의 가족펀드임을 밝힌 주광덕 의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사모펀드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조 장관의 조카 조씨와 통화한 투자업체 웰스씨앤티 대표 최모씨의 녹취록 발언 중에는 한국당 정점식 의원을 지목하며 "계속 잘 쑤신다"고 평가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지도부의 강성 메시지도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연휴 전날인 12일 수도권 귀성인사에서 "조국은 범법자다. 정말 수많은 범죄들이 쌓여있다"(인천)고 지적하는 한편, "애 키운 거 보세요. 사기꾼이에요. 범죄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중도-보수 성향의 바른미래당에선 벌써부터 흐름이 갈릴 조짐이 감지된다.
유승민 의원은 10일 임명 강행 직후 "국민의 저항권으로 이 정권을 끝장내야 한다"고 비판한 데 이어, 해임건의안 등 공조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당이나 저희들이나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이 같다면 합류 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당 손학규 대표는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세력이 문재인 정권을 단죄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당과의 연대 요구를 일축했다.
손 대표의 독자 투쟁 기류는 현재로선 귀국 예정이 없는 안철수 전 의원의 상황과도 맞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며 연내 연동형 비례제 도입 여부를 따지며 야권 통합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와 중도의 엇갈린 입장을 종합하면 '조국 사태'를 정권퇴진과 연결짓는지 여부의 차이다. '반(反)조국'을 '반(反)문재인'으로 확전하는 문제에서 결이 다르다는 얘기다.
해임건의안 처리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 단적인 사례다. 해임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위해선 재적의원(297명)의 과반인 149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보수 성향의 무소속 의원을 합치면 143명에 그친다. 하지만 민주평화당 등 호남계 정파는 해임안에 부정적이다.
결국 해임안 처리를 위해선 범(凡)진보 세력 중 일부를 포섭해야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현재 민주당 대(對) 한국당 간 진영대결의 구도로는 돌파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이는 내년 4월 총선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정권심판론을 꺼내야 하는 야권 입장에선 보다 선명한 '반(反)문재인' 명분이 절박한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 한 야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원칙 있는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진영과 정파, 계층을 넘나드는 조 장관에 대한 반대는 공정 경쟁, 기회의 평등과 같은 사회 정의의 원칙이 무너진 데 대한 반감"이라며 "이 구도를 진영 대결이 아니라 '정의 대(對) 불의'의 프레임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에 반대하는 진영이 통합 혹은 최소한 결집이라도 이끌어내기 위해선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정권의 부조리함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한국당 역시 과거 탄핵 사태에 대한 통렬한 반성 등 도덕적 정당성을 회복하는 노력을 해야 보수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