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버스 타고 고향 갈 줄 알았는데"…장애인들의 절규

장애인 단체 "시범사업 시행 10월 28일로 미뤄져 올 추석도 버스 못타"
"시범사업도 48시간 전 예약·20분 전 탑승 등 비장애인과 차별 요소 존재"
시범사업 재검토·내년도 예산 확충 등 주장… 국토부 장관과 면담 요청

(사진=서민선 기자)
추석 연휴 첫날 장애인단체가 "우리도 명절에 버스 타고 고향 가고 싶다"며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2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승차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고속버스 시범사업을 앞당기고 관련 내년 예산을 확충하라"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교통약자 이동 증진법이 제정되고 15년이 흘렀는데, 여전히 전국 9168대의 고속버스 중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버스가 한 대도 없다"면서 "국가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언제든지 이동하고 싶을 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는 휠체어가 탑승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를 제작할 기술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아직까지 없는 이유는 국토교통부의 무책임과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반대하는 버스 사업자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 회장은 "국토부나 버스 사업자들은 수익성만 따지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 측에 따르면 국토부가 올해 추석부터 휠체어를 이용한 장애인도 고속·시외버스를 타고 고향에 갈 수 있다고 얘기했으나, 시범사업 시행이 다음 달 28일로 미뤄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범사업도 비장애인들과 차별적인 요소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버스를 타려면 48시간 전에 예약해야 하고, 최소 20분 전에 탑승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사진=서민선 기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상임대표는 "장애인도 언제 어떻게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그때마다 예약을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올해 국토부가 3개월 동안 시행할 시범사업비로 13억을 책정했는데, 내년 1년 동안 관련 사업비로 똑같이 13억을 잡았다"면서 "3개월 시범사업비와 12개월 사업비가 똑같은 것은 국토부가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휠체어를 탄 10여명은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하라!', '장애인도 추석에 고속시외버스 타고 고향 가고 싶다!' 등이 적혀 있는 피켓을 목에 걸고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을 향해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행 버스의 출발이 십분 가량 지연되자 일부 시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들은 국토부 김현미 장관에게 시범사업 재검토, 내년도 예산안 확보 등을 협의하자며 면담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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