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나 추석 명절은 보통 정국의 바로미터, 또는 변곡점으로 불린다. 고향에 모였다, 흩어지는 과정에서 정치적 의견이 화학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에서다.
이번 추석, 밥상에 오를 것으로 꼽히는 주제는 단연 조국 법무부장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단행한 건 지난 9일, 추석 연휴를 불과 사흘 앞둔 날이었다.
반발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칸타코리아가 SBS 의뢰로 9~11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임명 찬성이 43.1%, 반대 응답은 53%에 달했다.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26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 조사 뒤 가중치를 부여한 것으로 표본오차 ±3.1%포인트, 신뢰수준 95%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법적으로는 사모펀드가 더 문제일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공정성과 상식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입시문제가 더 클 것"이라며 "하나의 정치적 이슈가 이제 내 손주 문제, 내 자식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유한국당은 그래서 명절 기간 장외 여론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황교안 대표는 12, 14일 저녁 서울역 근처에서 조 장관 임명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인다.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개별적으로 1인 시위를 연다. 그러다 일요일인 15일 국회에 모인 뒤 광화문에서 행진하고, 또 투쟁본부 천막을 설치할 예정이다.
물론 야권이 그대로 반사이익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대안 세력으로 신뢰받을 만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탓에 외려 무당층만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또 외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사법 개혁'의 당위성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통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반대로 감정적 대응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속이 부글부글 끓더라도 '당장의 돈벌이를 위해 민족 자존심을 포기할 수 있느냐'는 반박을 예상해 침묵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야당이 조 장관 임명에 반발해 전면전에 돌입하자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일본 경제도발'을 거론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장외로 나간다는 야당을 겨냥해 "이성을 되찾고 일본 경제도발 등 어려운 대외환경과 민생활력을 위한 대응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이밖에 명절 식탁에 오를 만한 소재로는 일자리 등 경제이슈, 남북관계 등 안보이슈가 꼽힌다.
이같은 추석 민심은 어디로 수렴되는지에 따라, 당장의 정국 주도권뿐 아니라 길게는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다만 박 평론가는 "추석 민심이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요즘에는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지역에서도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명절 민심'의 의미는 과거에 비해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