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낙인 찍힌 키코 피해기업들

금융권, 키코 피해기업에 자금 지원 난색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장(중간)이 지난 2일 DLS 사태관련 은행권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있다.(사진제공=키코공대위)
"해외에서 700만달러 어치 수주를 받아서 무역보험공사에 수출금융을 요청했습니다. 실무 담당자와는 얘기가 잘돼서 계약서 쓰러 갔더니 지원을 거절당했습니다. '키코 기업이라서 안된다'는 거였습니다"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코막중공업 조붕구 대표가 두어달 전 실제로 겪은 얘기를 꺼냈다.

조 대표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 금융권이 낙인을 찍어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금융권은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 지원 불가 원칙이 정해져 있다"며 "상담조차 하지 않으려 하고 있으며, 상담한다고 해도 결국 자금지원은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기업이 키코 사태로 신용등급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다 은행권은 키코 피해기업과 분쟁중인 점이 (지원 거부에)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은행권은 물론 (무역보험공사 같은)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건설용 중장비 제조수출로 한때 세계 13개국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며 잘 나갔던 코막중공업은 2007년말 이후 키코 사태로 은행에 100억원을 물어주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추락한 신용등급으로 금리가 치솟으며 간접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키코로 인한 직간접 피해를 합치면 대략 200억원 정도다.


키코 사태 이후 금융권의 지원은 딱 끊겼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현금으로 결제를 해주는 거래처를 중심으로 사업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사세가 많이 오그라 들었다.

코막중공업 뿐만 아니라 다른 키코 피해기업들도 자금난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부터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자금지원 실적은 고작 '2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키코 피해액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 정도.

키코 공대위는 자금지원 프로그램이 키코 피해기업에 특화된 것이 아니라 기존 프로그램이어서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조 대표는 금융관료들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키코 사태가 터졌을 때 정부 기관에 엄청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무시했습니다. 지원도 하지 않았구요. 오히려 우리를 환투기꾼으로 몰았습니다"

"관료들은 가해자 편에서 눈 감고 피해기업 지원도 해주지 않으면서 제 밥그릇만 챙겼습니다. 지금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환헤지 파생상품인 키코와 비슷한 상품구조를 가진 금리 파생상품인 DLS(DLF)사태가 터진 것이다.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중이다.

조 대표는 DLS사태 역시 키코와 마찬가지로 금융권의 탐욕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수수료 수익을 챙기기 위해 고위험 파생상품을 증권사가 아닌 은행 창구에서 마구 판매했다는 것. 이 때문에 키코와 달리 개인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키코공대위는 DLS 사태 피해자를 위한 대책위도 만들었다. 조 대표는 "동변상련"이라고 설명했다.

'키코와 상관없는 남의 일에 왜 상관하느냐'는 질문에 조 대표는 "사회 정의"를 말했다.

"사회 정의가 무너지니 수출해서 나라경제에 이바지해온 애국 기업인이 한순간에 투기꾼으로 떨어지더라구요. 사회 정의가 무너지니 벌어놨던 돈도 다 세어나갔습니다"

키코공대위는 17일 DLS 피해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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