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강원 강릉시 성남동 전통시장. 추석을 맞이해 차례상에 올릴 과일과 건어물들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시장 분위기와 달리 유난히 한산한 곳이 눈에 띄었다.
판매대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방앗간으로, 추석맞이 송편을 직접 빚기 위해 방앗간을 찾은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방앗간에서 만난 김석자(75) 할머니는 "요즘에는 옛날처럼 떡을 잘 안 먹으니까 반죽을 위해 필요한 햅쌀을 맡기는 양이 줄어들기는 했다"며 "사실 저도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해서 사 먹을까 고민했지만, 마음이 용납이 안 돼 어김없이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주변에서는 떡을 사서 차례를 치르는 분들이 많긴 하다"면서도 "손녀, 손주들과 오랜만에 함께 모여 앉아 송편을 빚는 것도 추억이고 재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체력이 닿는 데까지는 직접 빚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송편을 직접 빚으면 힘들지 않으냐는 취재진 질문에 진준희(81) 할머니는 "아휴, 힘들어도 다 정성인데 해야지"라며 땀을 닦아냈다.
과거와 달리 눈에 띄게 줄어든 손님 탓에 심 사장은 추석 명절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심 사장에 따르면 전통시장 곳곳에 있던 방앗간은 현재 많이 없어지는 추세다.
심 사장은 "방앗간을 찾는 분들도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 분들로 젊은 분들은 찾아볼 수 없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송편을 빚기 위해 방앗간을 찾는 분들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아무래도 아쉽긴 하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반면 맞춤 떡 판매대에는 손님들이 꾸준히 오고 갔다. 떡을 산 서윤자(여.64)씨는 "원래 직접 집에서 송편을 빚었는데 얘들도 올해는 안 온다고 하고, 저도 힘들어서 이번에 처음으로 떡을 사봤다"며 "아무래도 마음 한쪽이 좀 아쉽기도 하고 씁쓸한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차례상에 올릴 떡 몇 개를 산 김모(여.42)씨는 "가족들도 많지 않아 굳이 송편을 빚을 필요가 없어 차례용으로만 준비하려고 왔다"며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도 점점 간단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명절 맞이가 효율적이고 편리한 방식으로 변해 가면서 한때 명절 전 손님들로 붐볐던 방앗간은 이제 굽은 손을 가진 어르신들 몇 명만이 그 자리를 지킬 뿐으로, 사뭇 달라진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