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 '수사 대상 법무장관'…법조계도 갸우뚱

피고발인 신분에 조사 직면 장관…무리한 임명 '비판'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식 불참…'검찰 독립' 계기 기대감도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딸 입시 특혜와 사모펀드 투자 등 여러 의혹에 휩싸였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이미 기소된 것은 물론이고 조 장관 역시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의 수사를 직접 받게 될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열린 조 장관의 취임식에는 관례와 달리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찰청 간부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 장관의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7년 7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는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검찰총장)과 봉욱 대검 차장이 검찰총장 권한대행으로 참석했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청법상 구체적인 사건의 지휘권은 총장에게만 있고 법무장관은 일선 검사들에게 사건 보고를 요구할 수 없다"며 "이를 더 명확히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번 논란을 오히려 검찰 독립성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이 수사 대상이 되더라도 검찰이 정권의 압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하도록 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한동안 수사와 재판의 영향을 받게 될 법무장관을 두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조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기소됐고 이들 가족이 투자한 펀드를 운용하던 이상훈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등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조 장관 역시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사기·업무방해·뇌물·공무집행방해 등으로 11건의 고발을 당한 상황이어서 피고발인 조사가 불가피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현직 법무부장관이 서울중앙지검에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 코앞까지 온 것이다.

한 전직 부장검사는 "당장 정 교수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예상되는 데 피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다면 '특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번번이 검찰로 시선이 쏠리게 될 것"이라며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검찰이 지금처럼 강하게 맞선다면 '검찰공화국'을 깨려는 정부의 당초 목표와 배치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영장전담 재판부를 맡았던 한 부장판사도 "최근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정치적 행위'로 해석되는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기본적으로는 법원에서 범죄사실이나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보고 영장이 발부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무직인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거나 기소되더라도 현행법상 직무 수행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심지어 조 장관이 기소돼 피고인 신분이 되더라도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는 계속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다.

서울 소재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현직 판사들은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아 사실상 '직위해제'의 성격으로 사법연수원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신분 변동에 따라서는 법무 장관으로서의 직무수행과 충돌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부장판사는 "조 장관이 지금까지의 법무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면서도 "이런 식의 임명과 직무수행도 가능하게 된 것은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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