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촉에 패스트트랙 송치, 檢 국회의원 100여명 운명 쥐었다

검찰, 수사 착수 5개월 만에 "9월10일까지 사건 넘겨라" 지휘
경찰 "수사 마무리 못해 아쉬워…지휘 거부할 근거 없어"
18건 중 14건 기소 여부 안 달아 넘기고, 4건은 불기소
"수사 신속히 마무리 한다는 점에서 검찰과 동일"

지난 4월 25일 저녁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법안접수를 위한 경호권을 발동한 가운데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법안접수를 시도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경호처 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국회의원 등 관련자들 대부분의 기소의견 여부를 붙이지 않은 채 검찰에 서둘러 사건을 넘긴다. 오는 10일까지 사안을 넘기라는 검찰의 수사 지휘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로써 검찰은 100여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의 운명을 가를 대형 수사를 온전히 맡게 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검찰 수사 지휘에 따라 패스트트랙 관련 고소·고발 사안 18건 모두를 오는 10일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한다고 9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30일 국회 패스트트랙 관련 고소·고발 건이 접수된 후 수사에 착수해 약 5개월 동안 수사를 이어왔다.


현재까지 국회의원 98명(민주당 35명·한국당 59명·바른미래당 1명·정의당 3명)을 포함해 총 108명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36명을 조사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방대한 양의 증거조사도 병행했다. 영화 700편에 해당하는 국회 폐쇄회로(CC)TV 등 1.4테라바이트(TB) 분량의 영상과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출입자 2000명의 출입기록 등 물적 증거를 확보해 지난달 말까지 분석을 진행했다.

경찰이 수사해온 사건은 총 18건이다. 경찰은 이 중 패스트트랙 충돌 당일에 벌어진 일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감금 사건 등 14건은 기소나 불기소의견을 따로 달지 않고 송치하기로 했다.

나머지 △문희상 국회의장 모욕·추행 건 △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자유한국당 모욕 건 △이해찬 대표 의원 총회 발언 모욕 건(페이스북에 이 발언을 옮긴 조국 법무부장관 당시 민정수석도 피고발인에 포함) △국회 사무총장의 직무유기 건 등 4건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다.

경찰 관계자는 "14건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완벽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 별도로 의견 없이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런 '불완전 상태'로 사건을 넘기는 것은 검찰의 요구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8월 말쯤 검찰에 9월10일까지 사건을 송치하라고 지휘했고, 사건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해 수긍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부분을 수사 해놓고 검찰에 송치한 부분에 대해 수사 직원들은 아쉬운 면이 있다"며 "수사를 마무리 짓고 싶은 게 수사관의 마음이지만, 검찰이 지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의 송치 지휘를 (경찰이) 거부할 법적 근거가 하나도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이 한국당 의원들의 체포영장 신청 여부를 포함해 여러 수사를 진행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서둘러 사건을 보내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경찰에 패스트트랙 사건을 보내라고 지휘한 8월 말은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 주변을 둘러싼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던 시기와 겹친다.

특히 경찰은 소환조사에 계속 불응하는 한국당 의원들에 대해서 검찰에 강제수사 필요성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관계자는 "강제수사 부분을 포함해서 검찰과 계속 협의했다"며 "강제수사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개진했다"고 전했다.

경찰의 이번 송치로 검찰이 국회의원 100여명이 걸려있는 매머드급 수사를 오롯이 맡게 되면서 검찰의 수사 속도와 방향, 체포영장 청구 여부 등 하나하나에 따라 정국에 미칠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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