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미완"…물러나는 文정부 초대 박상기 법무장관

'공·과' 흐릿한 평가 속…박 장관, 9일 이임식
법무부 탈검찰화 및 공수처·수사권 조정안 마련 등 성과
서지현 검사 폭로 및 과거사위 '나홀로 브리핑' 오점도

박상기 법무부 장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검찰·사법개혁 과제를 안은 문재인정부에서 첫 번째로 법무부를 이끈 박상기 장관이 9일 이임식을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비사법고시에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2년여간 법무·검찰 개혁을 실현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했다"며 "몇몇 성과는 있었지만 검찰개혁이라는 목표는 아직 미완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이어 "법무행정의 변화는 검찰청의 일반 형사사건 처리 현장, 교정기관, 출입국과 외국인 정책 현장에서 체감한다"며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 설정, 심야조사 등의 문제점은 인권의 관점에서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할 대표적인 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과거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난 2년간 법무·검찰은 역사상 처음으로 과거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었던 사건들을 조사하고 국민 앞에 반성과 재발방지 등을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박 장관은 "법무·검찰은 국민을 위한 정부조직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법집행은 불편부당함과 함께 균형감과 형평성이 유지돼야 함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비사법고시 출신인 박 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임명 후부터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추진하며 기존에 검사장 직급 검사들이 맡는 법무부 실·국장 자리를 대폭 축소했다. 대신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를 적극 채용해 그 자리를 채워 목표를 상당부분 달성했단 분석이 나온다.

박 장관이 힘 주어 추진했던 정책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마련한 일이다.

그는 2017년 10월15일 국회에서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과 그 아래 50여명의 수사인원을 두는 공수처 설립안을 발표했다. 공수처가 설립되면 현직·퇴직 후 2년 이내의 고위공직자와 가족을 수사할 수 있게 된다.

이듬해 6월21일에는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 과정에서 검찰 조직과 의견차를 빚기도 했지만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합의안이 마련됐다. 해당 안에 따르면 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갖고 검찰은 부패범죄 등 특정수사를 제외한 분야에서 기소권을 갖게 된다.

그러나 문 정부 공약이었던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모두 여전히 국회에 남아있어 아직 '반쪽짜리'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다.

또 박 장관은 지난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화제가 된 가상화폐를 두고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발표해 청와대가 황급히 진화에 나서는 등 논란이 일었다.

또 서지현 검사가 2017년 8월 성추행과 이후 인사보복과 관련해 박 장관에게 이메일로 면담을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서 검사는 박 장관으로부터 관련 담당자와 면담하라는 취지의 답장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박 장관은 메일을 받은적이 없다고 해명했다가 이후 받았지만 잊고 있었다고 말을 바궜다. 이후 박 장관은 "송구스럽다"며 공식 사과를 하는 한편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관련 조사에 착수하도록 했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활동과 관련해선 다소 한발짝 물러난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범죄 사건·고 장자연씨 사건 등 논란이 되는 사건들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 과거사위와 대검 진상조사단이 갈등을 빚었을 당시 박 장관은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었다.

지난 6월에는 관련 과거사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통보해 취재진이 보이콧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날 박 장관이 빈 브리핑실에서 입장문을 읽고 꾸벅 인사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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