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보다 홍보가 우선' 친선전 의미 망친 구단 불협화음

3개 구단 주장만 이벤트 나서는 촌극 벌어져

배구 팬들을 위한 자리로 마련된 광주 친선전이 구단 불협화음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한국배구연맹)
KGC인삼공사의 행보가 아쉽다.

7일 광주는 배구로 후끈하다. 한국도로공사, IBK기업은행, 현대건설, KGC인삼공사 등 V-리그 여자부 4개 구단은 배구 연고지가 없는 광주를 찾아 친선전을 치르며 배구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평소 V-리그 경기를 TV로만 지켜봐야 했던 광주 배구 팬들은 태풍 여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 행동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지난 7월 부산에서 열린 남자부 서머매치의 흥행에 영감을 얻어 계획된 여자부 4개 팀의 친선전. 그러나 구단 이기주의로 팬들을 위한 경기라는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이번 친선전은 사실 준비 단계부터 삐걱댔다. 일정이 조정되면서 6개 팀 모두 참석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구단 간의 잡음으로 인해 당초 예정됐던 4개 팀만 친선전에 나서게 됐다.

구단 간 잡음은 경기장에서도 이어졌다.

4개 구단은 이번 경기가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일보 전지훈련을 취소한 구단들이 배구 저변 확대 및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계획된 점을 들어 4세트까지만 진행하는 친선전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모여 연습 경기를 한다는 취지로 유니폼 역시 V-리그에서 착용할 유니폼이 아닌 연습복으로 경기에 임하자고 4개 구단 사무국이 합의했다. 그러나 인삼공사는 6일 경기에 2019-2020시즌 착용할 유니폼을 입고 나섰다.

7일 광주 빛고을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4개 팀 초청경기에서 KGC인삼공사를 제외한 3개 구단 주장만이 관중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선물하는 가위바위보 이벤트에 참여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인삼공사를 제외한 3개 구단 모두 새 유니폼은 이미 제작된 상황이었지만 이번 친선전이 정식 경기가 아니라는 점과 시즌 시작을 알리는 순천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에서 공개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 연습복을 챙겨 광주를 찾았다.

연습 유니폼을 입은 이유는 또 있다. 정식 유니폼을 입고 나섰을 때 자칫 연습 경기가 정식 경기로 인식될 수 있고 이러한 부분의 연장선으로 국제이적발급동의서(ITC)가 발급되지 않은 외국인 선수의 출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혹시 모를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현장 실무진에서는 인삼공사의 유니폼 착용이 합의됐지만 이러한 내용이 사무국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소통이 원할히 이뤄지지 않아 잡음이 커진 부분이 있지만 통일성이 무너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안타까운 부분은 또 있다. 이날 각 구단 사무국은 각 팀 주장들의 가위바위보로 이긴 팀이 경기장을 찾은 모든 팬에게 아이스크림을 선물하자는 이벤트를 계획했다. 3개 구단 모두 동의했지만 인삼공사는 반대했다.

인삼공사는 이날 자사 제품 음료를 팬들에게 제공하는 자체 이벤트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이벤트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장미꽃 등 다양한 품목이 언급됐지만 4개 구단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인삼공사는 함께 이벤트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아이스크림 이벤트는 인삼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구단의 주장만 코트에서 가위바위보를 진행하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인삼공사의 임시주장 한송이는 정대영(한국도로공사), 황민경(현대건설), 이나연(IBK기업은행)이 이벤트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배구 팬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 팬들의 위해 코트에서 땀을 흘린 선수들의 노력도 동시에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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