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는 가을의 문턱에 나와야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9월쯤 앨범을 내는 루틴이 생긴 것 같아요. 또, 앨범이 많은 분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버릇처럼 그 다음 앨범을 작업하게 되더라고요. 이번에도 아마 이달 말까지만 놀고 다음 달부터는 내년에 낼 앨범을 작업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1년에 한번 씩은 가을에 앨범을 선보일 계획이에요. 멜로디가 고갈되기 전까지는 최소 미니앨범이라도 꼭 한 장씩은 내려고 해요"
배우로 먼저 데뷔했다가 1995년 1집 '이미 나에게로'를 내며 가수로도 활동을 시작한 임창정은 어느덧 햇수로 25년차 가수가 됐다. 물론, 돌연 '가요계 은퇴'를 선언했던 2003년부터 은퇴를 번복하고 컴백한 2009년 사이의 긴 공백이 있긴 했지만, 데뷔한지 20년이 훌쩍 넘은 가수가 매년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5집 '십삼월'에는 총 13곡의 신곡이 담겼다. 임창정은 수록곡 중 절반 이상의 곡 작업에 직접 작사 및 작곡자로 참여해 특유의 감성을 녹였다. 타이틀곡 '십삼월'(Never ending) 역시 임창정이 작사, 작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곡이다. 자신의 사랑을 모르는 여자를 한 결 같이 바라보는 남자의 회한과 슬픔을 아프지만 아름답게 표현한 이 곡은 발라드 범주에 속하지만 기존 '임창정표 발라드'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소속사는 '십삼월'을 '브리티시 팝 느낌의 세련된 발라드'라고 소개했다.
"이전 곡들처럼 '빡!' 하고 내지르는 게 없어요. 다소 밋밋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남성분들이 노래방에서 마음껏 제 노래를 부르면서 실력을 뽐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만들어봤어요. (미소). 가수분들 같은 경우에는 키를 조금 높여서 커버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발라드라는 장르 안에서 제가 변화시킬 수 있는 건 편곡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곡을 만들면서 요즘 분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에 맞게끔 편곡에 변화를 주려고 하는 시도는 항상 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팝송을 들으면서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요. 아, 후배 가수들 중에선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노래를 많이 듣는데 제가 따라 부르면 창이나 트로트 버전이 되어 버리더라고요. 하하"
흥미로운 점은 각각 타이틀곡과 타이틀곡 유력 후보였던 '십삼월'과 '구 월' 뿐만 아니라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의 제목에 '월'(月)이 붙었다는 점이다. 연주곡을 제외하면 이번 15집은 1번 트랙 '일월'(All my life)로 시작해 13번 트랙 '십삼월'로 끝을 맺는다. "'심삼월'을 가장 먼저 만들었어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주제로 한 곡이라 존재하지 않는 달인 십삼월이란 제목을 붙였고요. 그 이후에 딱 12곡이 추가로 나왔어요. 그래서 '오케이, 그럼 넌 '일 월', 넌 '이 월' 하는 식으로 곡명을 정해봤죠. 영어 부제는 넣었지만, 한글 부제는 굳이 넣지 않았고요. 각 곡이 그 달을 대표하는 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라디오에서 새로운 달이 될 때마다 제 노래를 틀어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돌아보면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전 팬덤이 많아서 컴백을 하자마자 1위로 출발하는 가수가 아니잖아요. 20위권에서 출발했다가 1위까지 하고 그랬었는데, 앨범 내는 시기와 잘 맞물려서 좋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덕분에 탄력을 받은 경우가 많았어요. 이번에는 '발라드 열풍'과 연결되어서 잘 되려나 싶네요. 그렇지만 순위에 연연할 생각은 없어요. 높은 자리에 있다가 내려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도 없고요. 등산하는 사람이 계속 정상에만 있나요? 빨리 내려가서 저녁 먹어야지. 하하"
(사진=YES IM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