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돈 받고 아들 장례 거래한 '故 염호석 아버지', 1심서 집행유예

"사회적·도덕적 비난 피하기 위해 위증·위증교사, 죄질 좋지 않아"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있는 점, 파킨슨병 투병 등 양형사유로 참작해

(이미지=연합뉴스 제공)
삼성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삼성그룹 계열사의 노동조합원이었던 아들의 장례절차를 바꾸고 관련 재판에서 허위진술을 한(위증·위증교사 등) 아버지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장원정 판사)는 6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이었던 고 염호석씨의 아버지, 염모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염씨에게 삼성 측과의 협상을 적극 권유하고 염씨의 부탁에 따라 관련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후배 이모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염호석씨는 지난 2014년 5월 17일 강원도 강릉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남긴 유서에는 "더이상 누구의 희생과 아픔도 보지 못하겠다", "노조의 승리를 기원하며 지회가 승리하는 날 화장해달라"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금속노조는 서울 서초구 삼성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염씨는 '노조장'으로 장례를 치러달라는 아들의 뜻과 달리 삼성 측으로부터 6억원 가량의 돈을 건네받고 "아들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러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에 염씨는 아들의 시신을 인도받아 부산으로 옮겼고 경남 밀양에서 화장장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강남경찰서와 양산경찰서에 소속된 정보관들 등 경찰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지난 5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로 드러나기도 했다.

재판부는 아버지 염씨가 아들의 시신을 빼돌린 뒤 행적 등을 비춰볼 때 죄질이 나쁘다고 봤다.

재판부는 "염씨는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합의금을 몰래 지급받고 아들의 유서와 달리 생모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화장을 위해 시신을 빼돌렸다"며 "이에 따른 사회적·도덕적 비난을 타인들에게 떠넘기기 위해 위증하고 교사한 혐의인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염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과 병력 등도 양형사유로 고려됐다.

재판부는 "염씨가 위증에 이르게 된 경위에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회사의 집요한 설득, 아들의 죽음을 두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증을 했던 재판 당사자인)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지회장의 형이 집행유예로 그친 점,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며 자신의 과오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점 등은 참작한다"고 설명했다.

염씨는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전 목발을 짚고 입정해 눈길을 끌었다.

염씨는 지난 2014년 8월 아들의 장례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라 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진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같은 날 같은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씨에게 장례방해의 책임을 노조원들에게 전가해달라고 위증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염씨는 당시 법정에서 "10원도 받은 사실이 없고 장례식 이용비도 삼성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 "시신을 실은 응급차가 장례식장으로 들어오자 노조원들이 험하게 돌변했다" 등 사실과 다른 진술을 다수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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