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 국면에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위법성 여부나 사법개혁의 적임성을 내세움은 물론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는 진영논리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 "조국 위법행위 없었다"는데…위법사실 확인으로 낙마한 후보자 있었나?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민주당 측이 반박하기 위해 내세우고 있는 가장 큰 논리는 '위법행위는 없었다'이다.
의혹만 제기됐을 뿐 위법성이 실제로 확인된 것이 전혀 없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위법성 판단이 사법부의 고유 권한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논리의 전개에는 무리가 있다.
조 후보자나 가족과 관련한 각종 위법 의혹은 과거에 법원의 판단을 받은 적이 전혀 없이, 이번 청문 국면에서 새롭게 제기됐다.
검찰이 의혹과 관련한 다양한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수사와 1, 2, 3심 재판까지 걸릴 시간을 생각하면 사실상 무책임한 판단기준 제시다.
과거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낙마시켰던 국무총리(안대희, 문창극 등)나 법무장관 후보자(박희태, 안경환 등)를 살펴보면 전관예우 논란, 역사관 논란, 자녀의 편법 특혜입학 논란, 허위 혼신신고 등이 그 사유였다.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지명 후 짧게는 5일, 길게는 14일 만에 사퇴했는데, 이들 중 누구도 위법성 판단을 법원으로부터 받은 후에 물러나지 않았다.
위법성을 사유로 조 후보자를 두둔한다면 과거 자신들의 행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셈이 된다.
◇ "사법개혁 적임자"라는데 객관적 근거는?
민주당이 조 후보자를 옹호하는 또 다른 큰 축은 "문재인정부 사법개혁의 적임자"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사법개혁을 주도한 인물이었던 인물이기에 현안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역량 또한 충분하며, 여기에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였기 때문에 청와대의 호흡이 잘 맞을 것임은 보너스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가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의 근거는 위의 내용이 전부다.
조 후보자가 맡았던 민정수석은 산하에 민정, 공직기강, 법무, 반부패 등 세부조직을 통해 국정과 관련한 여론을 수렴, 고위공직자의 복무 동향 점검, 인사 검증,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을 담당하는 보직이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총괄해 소통하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등 방대한 업무를 담당하지만 업무 성과를 객관적으로 표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주된 업무 중 하나인 인사 검증과 관련해서는 60명의 인사청문 대상자를 검증했는데 이 중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비율은 46.7%로 이명박정부의 권재진 전 민정수석(51.1%)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검찰개혁 등 사법개혁은 국회의 관련한 법안 처리가 가장 큰 숙제이긴 하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 법무부의 역할이 적지 않다"며 "디테일(세부사항)에 있어서 법무장관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된 후에도 검찰이나 법무부 등 내부적인 저항을 다 이겨내면서 당초 계획대로 사법개혁을 완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장관직을 수행하다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 조국 공격하면 누구라도 "적"…이해 어려운 논리 전개도 수두룩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달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이 발언은 조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을 겨냥한 것이다.
검찰 수사의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 대통령이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없었음에도 임명을 강행한 지 불과 2개월도 채 되지 않는 인물이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윤석열호 검찰이지만 조 후보자를 수사하자 조금의 지체도 없이 곧바로 비난 태세에 돌입한 것이다.
민주당 출입기자가 조 후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질문했다는 이유만으로 당 대변인으로부터 '기레기' 소리를 듣는 사건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4일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열린 국회 본청 246호의 사용이 국회 내규 위반이 아니냐고 질문한 한 방송사 기자에게 "사안과 논의의 본질이 관심을 가지라. 이러니 기레기라는 말을 듣는 것 아니냐"고 비난한 것도 모자라, 사용하려 하지도 않은 영상을 "도망가는 모습을 찍어 특정 인상을 남기려는 의도였다"는 상상력까지 발휘했다.
민주당은 불과 수 주 전만해도 청문회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언론에 "국민청문회를 주관해 달라"고 공문을 보냄은 물론 지난 2일에는 개최 시간을 3시간 남겨놓은 상황에서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 테니 참석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하기도 했었다.
당내 인사도 예외는 없다.
조 후보자와 관련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송영길, 김부겸 등 의원들은 당 지도부, 또는 친문으로 분류되는 같은 당 동료 의원들로부터 공개적·비공개적인 질타를 당해야만 했다.
조 후보자 사태와 관련해 공감하기 어려운 표현을 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종민 의원은 대학교수인 부모끼리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조 후보자의 딸의 인턴십을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 기회"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 후보자의 딸이 받은 표창장에 대해 "내가 준 적 없다. 조 후보자의 배우자로부터 표창장과 관련해 나로부터 위임을 받은 걸로 해달라고 했다고"고 말했던 동양대 최성해 총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 표창장 사건과 관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민주당 김두관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최민희 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굉장히 정치 편향적인 분이더라. 태극기 부대다"라고 최 총장을 쉽게 규정했고, 민주당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도 최 총장과 관련해 "조국 장관의 임명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낸 바 있는 한국교회언론회 이사장이며 극우적 사고를 지니고 있다는 팩트도 분명히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 총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굉장히 폭넓게 사람을 만난다. 국회에도 자주 오는 편"이라며 "유 이사장과도 친한 것으로 안다"고 정반대되는 내용을 전했다.
설사 최근 들어 우파적 성향이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또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조직의 이사장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한 사람을 쉽게 극우로 규정하는 일은, 특히나 이런 자의적 판단을 공당 명의로 "팩트"라고 언급하는 일은 경솔한 행동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전이고 대통령의 최종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 후보자를 지지하든 아니든 관계없이 민주당 의원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이처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행위들이 이렇게 많이 자행되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