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람 송환법 공식 철회에 홍콩 시위대 냉담, 15일 대규모 집회 예고 긴장감 고조

캐리람 장관 제안한 4가지 해법에 시위대와 민주진영 모두 냉담한 반응
15일 시위 성패 여부에 향후 홍콩 정국 방향 결정될 듯
중국 정부는 논평 피해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4일 홍콩에서 TV 화면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캐리 람 장관은 이날 방영된 녹화 연설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홍콩시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킨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하며 시위대를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시위대는 람 장관이 시위대가 요구하고 있는 5대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일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해 홍콩의 긴장감은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 홍콩 시위대 캐리람 송환법 철회 제안에 냉담한 반응, 5대 요구 다 수용해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 홍콩 매체들은 4일 캐리 람 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한 직후 시위대의 대표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람 장관의 제안을 "썩은 살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같다"며 일축했다고 5일 보도했다.


이들은 홍콩정부가 시위대가 주장하고 있는 5대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 때마다 선봉에 서는 조투조를 칭하는 '용무'(勇武) 측도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입법회 야당 의원인 클라우디아 모(毛孟靜)는 "캐리 람은 이처럼 작고 모호한 조치들로 위기를 모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우치와이(胡志偉) 홍콩 민주당 주석은 캐리 람 장관의 발표를 "가짜 양보"라고 폄하했다.

수백만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岑子杰) 대표도 "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7명이 목숨을 버리고, 1천여 명의 시민이 체포되고, 71명이 폭동죄로 기소된 상황에서 이번 발표는 너무 늦게 이뤄졌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경찰의 강경 진압을 조사할 독립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위대 15일 5대 요구조건 전면 수용 촉구 집회 예고. 이번 주말에도 집회 이어져

민간인권전선을 비롯한 야권은 오는 15일 시위대의 5대 요구 모두에 대한 수용을 촉구하는 대규모 주말 시위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혀 이날 시위 성패 여부에 따라 향후 홍콩 정국의 향방이 정해질 전망이다. 홍콩 시위대는 오는 7일 토요일에도 홍콩의 쇼핑몰 등을 돌아다니며 소비 자제(罷買) 운동을 펼치는 한편, 지난 주말과 같이 홍콩국제공항 주변의 교통을 차단하는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8일에는 주홍콩 미국 총영사관 앞에서 '홍콩 인권민주 기도집회'가 예정돼 있다.

한편 4일 홍콩의 한 아파트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해온 한 27세 여성이 아파트 21층에서 뛰어내렸다고 홍콩의 빈과일보가 보도했다. 이 여성은 뛰어내리기 전 "홍콩인 힘내라"는 구호를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 홍콩 친중파 캐리람 결정 환영. 중국 정부는 논평 피해

범민주 진영과 달리 친중파 진영과 재계는 송환법 공식 철회에 환영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홍콩 시위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중국 중앙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주 홍콩 미국 상공회의소가 환영의 뜻을 나타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홍콩 미국 상의는 "홍콩 정부가 기업계의 믿음을 회복하고 홍콩의 국제적 명성을 되찾기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의 스태리 리(李慧瓊) 주석은 시위대가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번 양보에도 불구하고 폭력 충돌이 심해진다면 정부는 '긴급법'이나 '공안조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람 장관이 송환법 철회를 선언한 것에 대해 구체적인 논평을 피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송환법 철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는 외교 문제가 아니다. 주관 부문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반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송환법 철회를 환영하고 경찰의 폭력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며, 미 의회가 홍콩 인권민주법안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 내정이다. 어떤 외부세력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며 "우리는 미국의 일부 정객이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을 준수하고, 중국의 주권을 존중하며, 홍콩에 대한 간섭과 홍콩 관련 법안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송환법 철회를 전격 선언한 람 장관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송환법 공식 철회 발표가 중국 중앙정부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환법 공식 철회가 너무 늦게 나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안 철회뿐 아니라 각계각층과의 대화,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에 의한 경찰 진압 과정 조사, 홍콩 사회 문제의 뿌리 깊은 원인 조사 등 4가지 대책을 한꺼번에 내놓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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