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윤유미 인턴
■ 대담 : 캐나다 토론토대학 위안부 할머니 기림활동가 원지윤
◇박윤경>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항하는 우리 시민들의 이야기, 저희 시사포커스에서도 계속해서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외국에서 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분을 만나보겠습니다. 청소년 시절엔 원주에서, 대학생이 된 지금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 이어가고 있는 원지윤 씨 전화 연결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원지윤> 안녕하세요?
◇박윤경>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원지윤> 안녕하세요? 저는 토론토대학을 다니고 있는 원지윤입니다.
◇박윤경> 지금 토론토대학에 재학 중인데 캠퍼스 내에 부스를 설치해서 위안부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원지윤> 올해 처음 토론토에서 하게 되었는데, 토론토대학 한인단체에서 당시에 위안부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우리가 한인단체로써 역사 인식을 더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예전부터 이어온 기부금 모금을 대학에 들어가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대학교 내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길에 부스를 세워서 위안부 역사에 대해서 알리기 시작했어요. 포스터와 뱃지를 만들어서요. 한국인들이 시작했지만 알리는 것은 외국인들에게 많이 알리고, 일본인들도 관심이 있으셔서 저희의 입장을 말씀 드렸어요. 그랬더니 굉장히 긍정적이었고 공감을 해주셨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토론토는 다른 인종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역사들을 잘 받아들이는 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뱃지를 만들어서 팔고, 알리는 일을 했어요.
◇박윤경> 대학에서 공부하기에도 바쁠 텐데 올해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원지윤> 저는 항상 한국에서는 방학 때 가서 이 활동을 했는데 방학 때만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제가 외국에 나와 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적잖아요. 그래서 이 일이 한국에서만 이슈화 하는 것보다 외국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박윤경> 지금 한인회뿐만 아니라 이 일에 동참하고 있는 학생들 중에 다른 아시아권 학생들도 있더라고요?
◆원지윤> 네. 맞아요. 많은 아시아권 학생들이 있습니다.
◇박윤경> 그 친구들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나서주고 있는 건가요?
◆원지윤> 사실 이번년도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한국인 학생들끼리만 시작했던 거였어요. 외국인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년도는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서 그 학생들이 먼저 나서서 활동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박윤경> 직접 제작한 유인물과 포스터를 유학생들에게 전하고, 한국의 위안부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여러 역할들을 하고 있던데요. 이런 활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더라고요. 원주에서 초등학교를 나오고 중학교는 제주국제중학교에 입학했는데, 방학마다 원주에 와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기림활동을 계속 하셨더라고요.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원지윤> 2015년도 여름방학에 원주에 왔어요. 그때가 위안부 소녀상이 처음 세워졌던 날인데, 제 또래 친구들과 모여서 악기연주로 재능기부를 했습니다. 그것을 2년 동안 이어가다가 더욱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기부금을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박윤경> 어떤 부분들이 마음을 움직였나요?
◆원지윤> 당시에는 재능기부를 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어요. 그때는 위안부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제가 많이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개막식 때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직접 만나게 되었어요. 그 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피해자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보고 현재 살아계신 할머니들이 적으신데 이분들만이 과거의 아픔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 세대의 청소년들이 바른 생각을 가지고 아픈 역사를 깨닫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재능기부뿐만 아니라 직접 할머니들을 도와드릴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청소년으로서 할 수 있었던 일은 기부금 마련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기부단체를 만들어서 뱃지, 에코백, 물병 등을 제작해서 기부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박윤경>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뱃지 만들기를 지윤씨가 시작한건가요?
◆원지윤> 네. 맞습니다.
◇박윤경> 말씀을 들어보니까 김복동 할머니를 만나고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 것 같은데요. 원주 지킴이단에서도 활동 하셨다고요?
◆원지윤> 제가 뱃지를 제작하고 이 활동을 처음 시작했던 것이 원주 소녀상 개막식이었습니다. 청소년으로 이런 활동을 처음으로 한 것이어서 청소년 지킴이단으로 임명을 해주셨습니다.
◇박윤경>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만들었던 뱃지는 어떤 모양인가요?
◆원지윤> 저희가 세 가지를 만들었는데 먼저 물병은 이재경 작가님께서 재능기부로 그림을 그려주셨고, 뱃지는 직접 디자인했습니다. 두 종류가 있는데 첫 번째는 나비모양입니다. 위안부 역사를 의미하는 것이 나비고 나비는 환생의 의미를 갖고 있어서 돌아가신 피해자분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환생해서 자유로워지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나비 안에 소녀와 할머님이 그림자처럼 등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 소녀와 할머니 가슴 한편에 꽃이 있는데 그 당시에 못다 핀 꽃을 이제는 피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뱃지는 단발머리 소녀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입니다. 당시 소녀들은 보통 긴 댕기머리를 하고 다녔다고 해요. 긴 머리가 소중한 신체부위라서 함부로 자르지 않는 풍습이 있었는데요. 잘린 소녀들의 짧은 머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부모와 고향으로부터 단절됐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 뱃지 속에 편안하게 눈을 감은 얼굴을 그린 이유는 아픔 속에서 벗어나서 편히 쉬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박윤경> 지금 토론토대학에서 생물을 전공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림도 원래 잘 그렸나요?
◆원지윤> 그림은 취미로 그렸어요.
◇박윤경> 뱃지를 만들 때 어떤 그림을 넣을지 디자인 하는 것도 보통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원지윤> 네.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어요.
◇박윤경> 지윤씨가 만든 뱃지 만들기가 지금 원주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단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더라고요. 뿌듯하시겠어요.
◆원지윤> 뿌듯합니다.
◇박윤경> 토론토대학에서 계속해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에 대해서 외국인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원지윤> 제가 지켜본 결과 생각보담 많은 학생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알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깊게 알고 있는 학생들은 적었어요. 그래도 다들 (일본의)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박윤경> 학교 안에 이런 부스를 만들고 활동하는 것이 문제는 없나요?
◆원지윤> 저희가 처음에 걱정했던 것은 이런 큰 이슈들, 정치적인 문제들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희의 활동은 사실을 알리는 목적이라고 전제를 하고 긍정적으로 학생들에게 유도를 했던 것 같아요.
◇박윤경> 지혜롭게 잘 활동을 해 왔네요. 앞으로도 위안부 할머니들 관련한 캠페인을 계속 진행할 예정인가요?
◆원지윤> 네.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어린 친구들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킴이단도 2015년도에는 저랑 제 친구 두 명이었는데 이제는 20명, 30명 가까이 된다는 것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위안부에 대한 의식이 확산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박윤경> 이번 광복절에는 어떤 일에 직접적으로 참여를 하셨어요?
◆원지윤> 이제는 제가 청소년 지킴이단은 아니잖아요?(웃음) 대학생이기 때문에. 그런데 청소년 지킴이단 친구들이 많이 늘어서 적극적으로 일을 하더라고요. 저는 매년 참가하기 때문에 올해에도 참여를 했고 젊은 층들이 많이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참석하면서 작은 도움들을 드렸습니다. 부스를 맡아서 어떤 분들이 오셨는지 확인하는 등의 일들을 도왔습니다.
◇박윤경>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부모님들은 어떻게 바라보세요?
◆원지윤> 저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위안부 소녀상 개막식에도 도움을 주셨고 매년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시고 있습니다. 합창단 단장으로 활동을 하시면서 위안부관련 행사에 재능기부도 하시고 있습니다.
◇박윤경> 모녀가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과 우리 역사를 알리기 위한 일을 하시고 있군요. 대단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어머님도 함께 모셔보고 싶네요. 힘들겠지만 먼 곳에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바로 잡는 일에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원지윤> 네. 고맙습니다.
◇박윤경> 지금까지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위안부 캠페인을 하고 있는 원지윤씨와 말씀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