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전이 이뤄지고 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원칙으로 신속하고 강력한 증거 수집 절차를 밟는다. 국제무역위원회가 이미 조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소송 결과에 따라 LG와 SK 두 그룹에 모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 '지식재산권 보호' 원칙 美 국제무역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가장 큰 원칙으로 삼는 준사법 연방기관이다. 지난 1916년 관세위원회란 이름으로 출발해 1974년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미국 관세법 제337조에 따라 국제무역위원회는 '불공정한 경쟁방법'이나 '지식재산권 침해'가 있었는지를 조사한다. 흔히 아는 기술 탈취, 특허 위반 등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증거수집 절차를 진행한다. 한국에는 없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핵심이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쉽게 말해 재판에 앞서 양측이 상대방 혹은 제3자로부터 소송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요구해 받는 것이다. 일종의 증거수집으로 기업 간 소송은 물론 일반 소비자가 국가나 의료단체, 기업을 상대로 다툴 때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이러한 강력한 조사를 바탕으로 위법이 사실로 드러나면 국제무역위원회는 해당 물품의 미국 내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고 불공정 행위 중단도 명령할 수 있다.
즉 부당한 행위나 특허 침해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위반 물품의 미국 수출과 미국 현지 판매가 불가하다.
◇ LG 소송에 SK 맞소송… 美생산 차질 불가피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신들의 배터리 핵심기술을 탈취했다며 '영업비밀 침해'로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국제무역위원회는 약 한 달 만인 지난 5월 29일,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당시 국제무역위원회는 "특정 리튬이온 배터리와 배터리셀, 배터리모듈, 배터리팩, 배터리부품 및 이를 만들기 위한 제조공정에서 영업비밀 침해가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한 조사개시를 결정했다"며 "LG화학은 국제무역위원회에 '제한적 수입배제 명령'과 '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SK이노베이션과 SK 배터리 아메리카를 대상으로 조사를 개시한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주장에 대해 "경쟁사에 대한 근거 없는 발목잡기와 비난"이라며 반박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국제무역위원회와 연방법원에 LG화학과 LG전자를 '특허 침해'로 제소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뿐 아니라 같은 LG그룹 계열사인 LG전자, 그리고 LG화학의 미국 법인이 SK이노베이션의 특허를 침해해 제소한다"며 "핵심기술 및 지적재산 보호를 위한 정당한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 침해'로 맞선 LG와 SK는 결국 소송 결과에 따라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완공은 2022년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지식재산권 위반 상품의 미국 내 수입과 판매에 차질이 생긴다. 결국 미국 현지 공장의 생산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중국과 일본 등 배터리 경쟁국과의 전기차 배터리 물량 수주전에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다수가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급할 파트너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 간의 다툼으로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이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두 기업이 소송을 벌이는 것은 결국 크게 보면 승자는 없고 모두 패자가 되는 싸움"이라며 "국내 대표적인 글로벌 배터리 기업 간의 다툼이 대외적으론 악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