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대출 절차가 간단하고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는 인터넷은행 신용대출도 부부가 최대한 받아 놓을 예정이다.
특별히 돈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최대한 돈을 끌어모아 여유자금을 수억원대로 늘린 뒤 내년쯤 전세를 끼고 서울에 아파트를 한채 더 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보유하고 있는 소형 아파트는 향후 가격 상승 여력이 있어 그대로 두고 대신 나중에 가족이 직접 거주할 중대형 평수를 구매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 주담대 규제 이후 전세대출 잔액 급증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서울 집값이 상승할 기미가 보이자 정부의 금융규제를 피해 우회로로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집값이 본격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2017년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66조원이었지만 이후 급격하게 증가해 올해 4월말에는 102조원으로 무려 65%나 급증했다.
같은시기 정부가 규제 드라이브를 건 주택담보대출 잔액(예금취급기관)은 578조원에서 610조원으로 5% 가량 증가하는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다.
그렇다고 이 시기 전세가가 크게 올라 전세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평균 전세가격은 2017년 12월 1억 6696만원에서 올해 4월은 1억 8795만원으로 11% 가량 오르는데 그쳤다.
집값이 급등한 서울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평균 전세가격은 3억 5095만원에서 3억 5465만원으로 사실상 변동이 없어 전세자금대출 잔액 급증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2017년 '11.3 부동산대책'으로 투기지역 등 규제지역에서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엄격해 지면서 전세자금대출이 급격하게 늘었다는데 있다.
실제로 2017년말에 전년대비 14조원 늘어나는데 그쳤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8년에는 1년사이 2배 가까운 26조원이 늘었다. 또 올해는 4달 만에 다시 10조원 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서울 전지역이 투기과열지역에 지정돼 주택담보대출이 집값의 40%로 제한되고 1주택자 이상에 대한 규제까지 추가되자,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전세값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한 전세자금대출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을 전용해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쓰고 있다는 것외에 대출 잔액 급증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주담대 규제가 심해진 이후 실제로 이런 사례들이 많이 있다"고 뀌뜸했다.
◇ 신용대출도 우회로 이용 "불보듯 뻔한일"
여기다 최근들어 급증한 개인 신용대출도 부동산 매매 경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8월말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은 전달에 비해 1조 6479억원 늘었다.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집값이 꺾이기 시작한 지난 연말부터 오히려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집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5월쯤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예금취급기관)은 올해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조 3791억원 줄었지만 2분기에 6조 9898억원 늘었다.
또, 최근 몇년간 기타대출 증가율을 지역별로 비교해 보면 서울지역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2017년 2분기를 기점으로 서울지역 기타대출 증가율이 전국 평균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집값이 상승하자 개인신용대출 수요가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신용대출을 통해 부족한 주택매매 자금을 보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 증가 등으로 과거에 비해 신용대출을 받기 쉬워졌고 금리도 3%대로 크게 낮아진 상황"이라며 "소득 수준이 높은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신용대출로 주택매매 자금을 충당한 뒤 단기간에 갚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주택담보대출 대신 전세.신용대출 등 규제가 덜한 우회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것이 집값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전세자금대출이나 신용대출이 부동산 매매자금으로 변칙 운용되고 있다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며 "이런 우회로가 얼마든지 있는데 단선적인 규제만 하다보니 생긴 일"이라고 밝혔다.
조 원장은 이어 "이런 변칙 운용도 서민들은 활용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라며 "과거에 썼다가 실패한 규제책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