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밖에 몰랐던 정재홍, 그는 진정한 프로였다

프로농구 서울 SK 가드 정재홍이 갑작스럽게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KBL 제공)

프로농구 정규리그 통산 331경기 출전에 평균 3.6득점, 1.8어시스트.

지난 3일 밤 갑작스런 심정지로 세상을 떠난 서울 SK 나이츠의 가드 정재홍이 KBL 무대에서 남긴 기록이다.

기록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정재홍은 프로농구 팬 사이에서 하나의 뚜렷한 개성을 지닌 선수로 여겨졌다.

그는 농구 팬에게 더 즐거운 경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자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했다.


정재홍은 자기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프로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선수를 찾아가 드리블과 기술을 배우기를 꺼리지 않았다.

고양 오리온 소속이었던 지난 2015년 여름, 구단의 지원을 받지 않고 약 2500만원의 자비를 들여 미국으로 건너가 스킬 트레이닝을 받고 돌아온 이야기는 농구 팬 사이에서 유명하다.

정재홍은 농구 전문 월간지 '점프볼'과의 2014년 12월호 인터뷰에서 "프로로서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 게 자존심 상하지는 않았냐고요? 저는 다른 사람한테도 배울 점이 있다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정재홍은 국내에 스킬 트레이닝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고 또 프로 선수라면 기량 발전을 소흘히 하면 안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나이가 들어도 열정은 식지 않았다. 정재홍은 서울 SK로 이적한 이후에도 공식 팀 훈련이 없는 비시즌 아마추어 동호회를 찾아가 함께 농구 경기를 하며 열정을 드러냈다.

SK 구단 관계자는 "정재홍은 늘 그렇게 농구를 좋아했던 선수"라고 말했다.

정재홍은 송도고-동국대 출신이다. 화려한 개인기와 경기 운영으로 유명했던 김승현의 고교 및 대학 직속 후배다. 그래서 영향도 많이 받았다.

2007년 보통 전력으로 여겨졌던 동국대를 사상 최초로 농구대잔치 결승 무대에 올려놓고 당대 최강 중앙대와 최선을 다해 맞섰던 장면은 '언더독'의 반란으로 이후에도 종종 회자된 바 있다.

정재홍은 2008년 신인드래프트 지명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승현이 형을 본받아 그에 못지 않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프로 입성 이후에도 자신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정재홍은 항상 팬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다. 팬들에게는 누구보다 친절했고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을 마다한 적이 없다. 직접 커뮤니티를 개설해 직접 대화를 주고 받기도 했다.

농구 팬들은 애도의 뜻을 보내고 있다. 그의 SNS를 찾아가 추도의 글을 남기는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누구보다 농구를 좋아했고 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기 위해 늘 노력했던 선수이기에 그 허전함도 더욱 크게 느껴진다.

빈소는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6일 오전 6시 1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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