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 홍제표 > 지난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거센 비판을 가했고 청와대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70여년 양국관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한미동맹 ‘균열’이 거론되는 배경입니다. 물론 청와대는 “틀린 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오히려 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기회라는 주장입니다. 한미동맹의 균열인지, 오히려 발전적 기회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김덕기 >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한미관계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사실 아닌가요?
◇ 홍제표 > 최소한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작한 7월 1일 이후로는 한미관계마저 불편해진 게 사실입니다.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도 미국은 뒷짐만 지면서 사실상 일본을 편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라는 강수를 뒀고 미국의 거친 반응에 당황하긴 했지만 물러서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사실상 초치했고 미군기지 조기 반환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 김덕기 > 그러니까 한미동맹 균열은 맞는 얘기잖아요.
◇ 홍제표 > 이상 조짐은 분명히 있지만 ‘균열’은 과한 표현 같습니다. 제가 어제 서울에서 열린 국제해양력 심포지엄에 가봤는데 한미 장교들 간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별 이상징후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한미동맹 균열설이 나온 결정적 계기는 해리스 미국대사가 서울안보대화(4~6일)에 불참하면서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부사령관이 참석했던 과거보다 급이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국방부도 어제 미군기지 반환과 관련한 별도 입장을 발표함으로써 갈등설 진화에 나섰습니다. 최현수 대변인입니다.
“미 측은 이전된 기지를 우리 측에 조기 반환하는 문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며, 미 측은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을 원활히 진행하여 우리 정부가 진행하는 용산공원 조성 여건이 조속히 마련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 김덕기 > 미국으로서도 부담을 느끼고 봉합에 나선 느낌이 드는군요. 하지만 갈등은 여전히 잠재해있다고 봐야겠죠?
◇ 홍제표 > 그렇습니다.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경계심이 작동하지 않았나 추정됩니다. 왕이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하자 중국의 한반도 중재 역할이 신경 쓰인 것입니다. 이로써 한미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비판기류는 분명한 현실입니다. 데니스 와일러 조지타운대 교수의 미국의소리(VOA) 인터뷰 내용입니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무심하게 내버리는 것은 미국에게는 충격입니다. 또 문 대통령이 한미일 3각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분명하게 시사하는 겁니다. 따라서 이것은 큰 문제이고 미국은 계속 비판하게 될 것입니다.”
◆ 김덕기 > 그렇다면 지소미아 효력이 최종적으로 끝나는 11월까지는, 아니 그 이후라도 언제든지 갈등이 불거질 수가 있겠네요?
◇ 홍제표 > 지소미아 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호르무즈 파병, 멀게는 중거리 핵전력(INF) 파기에 따른 미사일 배치 등이 복병처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의 공통점은 미국의 새로운 전략, 즉 인도·태평양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일본, 호주, 인도에 지역 책임을 맡기고 한국, 대만, 동남아 등은 그 하위구조에 편입시키는 것입니다. 우리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이죠.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입니다.
“사실은 미국은 화이트리스트 문제가 제기됐을 때 아무런 손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크게 실망했다든지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이런 전략구도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홍제표 > 미국이 이번에 화가 난 진짜 이유는 고분고분하던 한국이 ‘No’라고 말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일종의 괘씸죄인 셈이죠.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미국 쪽 움직임을 보면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미지의 공포감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를 일반 여론으로부터 떼어놓고 흔들기를 시도하는 정황도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란 표현이 사용된 게 단적인 예입니다. 다행히 정부는 미국의 1차 공세는 잘 받아넘겼습니다. 국익 우선 원칙을 관철시켜낸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의 말입니다.
“한미동맹은 더 중요해졌죠. 그러나 이 동맹의 색깔이 우리 국익을 넘어, 미래를 넘어서 중국에 대응하는 군사동맹으로 가는 것에는 확실하게 경계선을 그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에서 굉장히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차제에 정부는 한미 양국의 국익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인식의 전환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너무 당연한 이치입니다. 일방적으로 의존하거나 끌려다니는 동맹은 결코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통해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본으로부터 ‘기술 독립’을 추구하듯 안보도 스스로 힘을 키워야 우리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미국이 인정할 만한 가치있는 동맹, 즉 동맹의 업그레이드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물론 모험주의적 발상이란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자국 우선주의 기류 변화 앞에서 한미관계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