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로 얘 어딨어!?"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축하 인사를 받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는 세상 누구보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막내급 신인 타자 아브라함 토로를 찾았다.
토로는 2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9회초 0의 균형을 깨는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경기는 지난 8월23일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토로의 통산 8번째 출전경기다.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만약 토로의 통산 2번째 홈런이 터지지 않았다면 벌랜더는 대기록 달성의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벌랜더가 이날 경기에서 던진 첫 번째 포심패스트볼의 속도는 시속 150.6km(93.6마일)이었다. 그는 경기 중반까지 평균 150km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다.
선발투수는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체력과 힘이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구속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벌랜더가 괜히 '금강불괴'로 불리는 게 아니다.
만 36세의 베테랑 벌랜더는 뒤로 갈수록 힘을 냈다. 8회부터 포심패스트볼의 속도를 150km 중반대로 끌어올렸다.
그가 9회에 경기를 끝낸 마지막 포심패스트볼의 속도는 무려 시속 155.9km(96.9마일)이었다. 1회에 던진 초구와 비교하면 시속 5km 이상 더 빠른 공을 던진 것이다.
벌랜더는 MLB닷컴을 통해 "기록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과거 9회에, 8회에 아깝게 기회를 날린 적이 있었다. 경기 내내 포심이 좋았고 슬라이더가 조금 불안했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직구에 의존했고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벌랜더의 메이저리그 통산 세 번째 노히트노런 대기록은 그렇게 완성됐다.
벌랜더는 이날 9이닝동안 안타를 1개도 맞지 않았다. 실점도 없었다. 1회말 토론토의 2번타자 카반 비지오에게 내준 볼넷 1개가 토론토 타자들에게 허락한 유일한 출루였다. 그리고 무려 14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토로가 9회초 극적인 투런홈런을 쏘아올리면서 벌랜더가 정규이닝에 경기를 매듭지을 기회가 생겼다. 벌랜더는 9회에 최고 시속 156.4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등 남은 힘을 끌어모아 타자들을 상대했고 결국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벌랜더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절이었던 2007년과 2011년 각각 밀워키 브루어스와 토론토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바 있다. 2011년 통산 두 번째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또 한번 대기록을 썼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하나의 원정구장에서 두 차례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선수는 벌랜더 밖에 없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기록한 토론토의 보 비셋은 MLB닷컴을 통해 "벌랜더는 내가 만난 투수 중 가장 공격적이다. 보통 라인업이 한 차례 돌고 나면 투수는 (볼배합에) 변화를 주는데 벌랜더는 그렇지 않다. 계속 공격, 또 공격이다"라고 말했다.
2년 전 벌랜더와 결혼한 세계적인 슈퍼모델 케이트 업튼은 베니스 영화제 참석차 남편의 대기록 달성 장면을 직접 지켜보지 못했다. 대신 업튼은 자신의 SNS에 "난 영원히 당신의 1등 팬"이라며 노히트노런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