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적인가" 9300명 서명…일본 지식인들, 아베 정권 비판

31일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한국YMCA 지하강당에서 열린 '한국이 적인가-긴급집회'에서 가네코 마사루(金子承) 게이오대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베 총리의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정책이 향해 가는 곳은 평화 국가 일본의 종말이다"

일본 지식인들이 주도하는 '한국이 적인가-긴급집회' 행사가 지난달 31일 350여명의 일본인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한국YMCA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는 7월 말부터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한 일본인들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성토하기 위해 열린 자리였다.

서명운동을 주도한 인사 중 한 명인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집회에서 "아베 총리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반대하며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고 결단한 뒤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수출 규제 조치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와다 교수는 "이후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것은 미일 동맹의 강화와 중일 관계의 안정적 유지'라고 주장하는 주간지 보도가 이어졌다"며 "아베 총리의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정책'이 향해 가는 곳은 평화 국가 일본의 종말"이라고 비판했다.


이타가키 유조(板垣雄三) 도쿄대 명예교수는 "2차대전의 가해국 중 뒤처리가 전혀 안 된 나라는 일본뿐"이라며 "이는 일본이 침략 전쟁, 식민지 지배 등 무엇 하나 확실히 반성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취한 조치는 한국을 차별하면서 과거를 반성하지 않아 온 자세가 행동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정부뿐 아니라 일본 시민 모두 (과거의 잘못을) 마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치다 마사토시(內田雅敏)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그동안 일관되게 개인에 의한 보상청구권을 부정하지는 않았다"며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아베 정권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 뒤에도 사할린 잔류 한국인의 귀국과 피폭 한국인을 지원하는 등 협정을 수정·보완하는 행위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 주최 측은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 참가자가 30일까지 9천300여명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학자, 변호사, 언론인, 의사, 전직 외교관, 시민단체 활동가 등 78명은 7월 25일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서명 운동을 벌여 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