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고개 숙인 독일…日은 간토대학살 추도식 방해

독일 대통령, 2차대전 80주년 맞아 폴란드에 "용서를 구한다" 사죄
일본 우익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사과 요구, 용서 못해" 적반하장 망언

1일 일본 도쿄 스미다(墨田)구 요코아미초(橫網町)공원에서 간토(關東)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이 열린 가운데, 추도식장에서 불과 40m 떨어진 곳에서 일본 극우 인사들이 집회를 열어 방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독일 정부가 1일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을 맞아 피해국인 폴란드에 또다시 사죄한 반면 일본 우익인사들은 간토(關東) 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들에 대한 추도식조차 방해했다.

둘 다 2차대전 전범국이지만 완전 대비되는 행보를 보임으로써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뒤따를 전망이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 중부 비엘룬에서 열린 2차대전 80주년 행사에 참석해 과거 잘못을 사죄했다고 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비엘룬 침공의 희생자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독일의 압제에 희생된 폴란드인들을 기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히틀러가 집권했던 독일 나치 세력은 1939년 9월 1일 비엘룬 공습을 시작으로 폴란드를 침공하며 2차대전을 일으켰다.

독일은 지난달 1일에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바르샤바 봉기 75주년 기념식에 외교장관을 보내 사과했고, 지난 7월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 희생자 추모식에서 "역사적 교훈"을 강조했다.

반면 일본 우익 인사 40여명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간토 대학살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장 근처에서 방해 집회를 열었다.

도쿄도 의회와 구의회 의원이 여럿 참석한 이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간토 대학살은 1923년 9월 1일 도쿄 등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간토 대지진 때 일본 정부가 흉흉해진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해 재일 조선인 학살을 선동하면서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날조했고 이에 격앙된 경찰과 군인, 민간 자경단은 조선인에 대한 무차별 살육행위를 자행했다.

당시 독립신문 기록에 따르면 학살된 조선인이 6661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추도식에는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추도 메시지를 보냈을 뿐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매년 추도문을 보냈던 전임 지사들과 달리 2017년 이후 3년째 추도문 발송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간토대학살의 실상을 상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게재하고 "일제가 우리 인민 앞에 저지른 모든 죄악의 대가는 철저히 계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조선사람이라고 인정되면 그 자리에서 가차없이 목을 자르거나 배를 갈라 죽였다. 뿐만 아니라 눈알을 빼고 코를 베여냈으며 벌거벗겨 모욕을 준 다음 죽여서는 그 시체를 시내로 질질 끌고 다니는 만행을 감행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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