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촛불집회에 '자유한국당 배후론'을 펼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을 두고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비판 기류가 감지된다. '공정'을 외치는 학생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30일 오후 6시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교내광장에서는 약 100명의 학생들이 조 후보자 딸 조씨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2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총학생회 주도로 열린 이번 집회에서 학생들은 "고대는 우리에게 진실로 답하라"라며 학교 측이 조씨의 입학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틀 전 서울대에서도 총학 주도로 약 800명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2차 촛불집회를 열어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부산대 학생들도 같은 날 조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처럼 대학생들의 '촛불'이 확산하자 범(凡)여권에서는 '촛불의 순수성'을 문제삼는 강경 논리가 고개를 들었다. 집회에 일부 보수단체 관계자가 동참한 점이나 집회 기획자의 정치 성향 등을 문제삼는 식이다.
특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대 촛불집회를 겨냥해 "뒤에서 자유한국당 패거리의 손길이 어른어른하는, 그런 것이라고 본다"고 말해 '촛불 비판론'의 선두에 섰다.
이를 두고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 사이에서도 "집회의 순수성을 훼손시키는 발언"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30일 "젊은 세대가 불공정, 그리고 계층 불평등 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들 나름대로 굉장히 세심하게 정치세력을 (집회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무리 각자의 정치적 견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순수한 의도를 깎아내리면서까지 본인의 이야기를 해야 했는지 학생들은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집회에 진영논리를 들이댈 경우 '촛불'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국민대 사회학과 배규한 교수는 "그동안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은 진보 인사들의 최근 발언들이 학생들을 더 격동시키고 있다"며 "학생 집회의 순수성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부산대에서는 학생들의 압도적인 찬성 하에 총학 주최 촛불집회가 가결됐다. 부산대 총학은 지난 28~29일 이틀 간 진행된 투표에서 전체 학생 1만9524명 중 9934명(50.88%)이 참가해 이 중 9085명(91.45%)가 집회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 이사장의 발언이 논란이 된 29일 투표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점은 '촛불 비판론'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 교수는 "지금 대학생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념적인 문제나 한 쪽의 진영논리가 아니고,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것에 대한 분노"며 "지금 청년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바로 공정성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