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열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정치적 편향성이 논쟁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장에서 진행된 이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딸이 고교 3학년 재학 중 발간한 저서 '나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미 명문고 굿바이'가 특혜 속에서 출간됐다는 야당의 의혹제기가 쏟아졌다.
이 후보자의 딸 김모양은 2003~2005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하며 고등학교를 다녔던 경험을 토대로 2007년 책을 출간했다.
야당은 책의 추천사를 쓴 사람이 압둘 칼람 전 인도 대통령, 조영주 전 KTF 사장 등 저명인사인 점과 그 다음해에 연세대에 글로벌인재전형으로 입학한 점과 관련해 이 후보자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이 후보자가 칼람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번역했던 인연을 활용해 딸 책의 추천사를 부탁했을 것이라며 "지인의 권고로 출판사와도 연결했다고 하는데 이런 것이 '엄마찬스'"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책과 관련해 "한 메이저 언론이 칼럼을 써서 대서특필 했는데 이 분(칼럼 작성자)와도 인연이 있다"며 "딸의 고등학교 성적표를 보면 국어가 4등급, 영어가 2등급인데 이 성적으로는 이른바 '인(in) 서울'을 못 하는데 이 역시 엄마찬스를 쓴 것"이라고 거듭 후보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전희경 의원은 딸 유학의 적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당시 법령상으로는 중학교 학력을 인정을 받아야 학을 갈 수 있었는데 중학교를 자퇴했다"며 "그럼에도 그 경험으로 책을 써서 대학 입시에서 굉장한 이점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성원 의원은 "'조국캐슬'이 될지, '이정옥캐슬'이 될지의 문제"라고 사안이 심각하다고 말한 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도덕적 검증이 필요하다"고까지 주장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관련 내용이 일부 국민 정서에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사과는 필요하다면서도 공세 자체는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 지나친 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후보자 딸의 조기유학이 이용된 것이라는 마음이 든다"며 "청년과 청소년의 분노의 실체에는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임종성 의원도 "불법은 아니라도 국민의 눈에는 반칙과 특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명쾌하게 해명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입시전형에 맞춰 지원했고 해당 대학이 뽑았지 부모가 뽑은 것이 아니다"라며 "입시 문제 자체에는 큰 잘못이 없다. 그 것으로 끝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신경민 의원도 "1990년대, 2000년대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며 "관련 법률이 바뀌는 속도가 만만치 않게 빨랐을 것"이라고 말해 이 후보자가 제도 변경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두둔했다.
이 후보자는 "출판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의혹에 대해 부인했지만 칼람 전 대통령의 추천사에 대해서는 "관여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외국어 실력도 부모와 연관돼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 후보자 청문회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갭투자 의혹과 관련해서는 야당 위원들이 자료 제출이 불충분하다며 항의해 청문회가 시작 1시간 만에 정회되기도 했다.
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한 후보자가 진보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공동대표를 지낸 이력을 거론하면서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은 방통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한 후보자가 2006년부터 올해까지 수임한 미디어 분야 사건 162건 중 MBC(61건), 오마이뉴스(34건), 미디어윌(벼룩시장·26건), 미디어오늘(16건) 등 진보 성향의 매체와 관련한 사건 수임이 많았다는 조사 결과도 언급했다.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후보자 본인은 칼럼에서 선수가 심판 옷을 입고 뛰면 안 된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좌파 진영에서 선수로 뛰다가 심판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방송계의 조국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위험한 발언을 한 사람"이라고 강하게 한 후보자를 비난했다.
이에 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좌파 변호사라고 주장하며 특정 언론사, 특히 MBC와 관련한 소송을 많이 했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데 이 부분이 중립성 위배의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느냐"며 "13년간 60여건이면 1년에 5~6건으로, MBC에 편향됐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은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학생운동을 했다"며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방송"이라고 후보자의 공정과 관련한 덕목을 부각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도 "일부 의원들이 이념적인 편향성이 있고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시비'를 걸고 있다"며 "한 후보자는 학생운동 등 의지를 지켜온 분"이라고 힘을 실었다.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다'는 한 후보자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전임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갑자기 사임 의사를 밝힌 이유가 '가짜뉴스에 엄정 대응하라'는 청와대의 주문에 대응을 못 한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짜뉴스에 대해 언급을 한 것이 이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선숙 의원도 "중간광고 문제, 가짜뉴스 문제 등 여러 현안이 있었고, 그런 문제에 대해 이 위원장이 견지한 유의미한 문제의식 때문에 중도사퇴에 이르렀다면, 더더욱 유감"이라며 "이 위원장이 중도 사임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무소속 김경진 의원은 "방통위의 중립을 지킬 각오가 돼 있는가. 그런 각오가 있다면 설령 청와대에서 한 후보의 임기 중 사퇴를 압박할 경우 임기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질문했고 한 후보자는 "중도사퇴 하지 않겠다"며 중립을 위해 노력할 뜻을 밝혔다.
한편 한 후보자는 편법적인 자본금 충당 의혹을 사고 있는 MBN과 관련해서는 의혹이 사실일 경우 종편 승인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