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부장판사 지시로 '약식' 변경…" '재판개입' 공판 증언

당시 직원 "'담당판사가 내 실수로 입력했다'고 하라는 얘기에 충격"
변호인 "업무절차 몰랐던 것 아니냐" vs 직원 "그렇게 질문하지 마라"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재판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판에서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이던 임 부장판사 지시로 정식 재판에 부친 사건을 '약식명령'으로 변경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부장판사에 대한 2회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같은 법원 형사과 소속 실무관 이모씨는 "담당판사가 이미 사건이 전산상 (공판 회부로) 입력된 상태에서 약식명령으로 변경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수석부장판사의 연락으로 이뤄진 일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이날 증인으로 나와 "당시 담당판사가 기자 등 외부에서 사건의 종국입력이 변경된 경위를 물어보면 '실무관(증인)님이 실수로 입력했다고 하세요'라는 뉘앙스로 말해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동기였던 전산정보국의 실무관으로부터 담당판사가 (약식으로 변경하라는) 수석부장판사의 연락을 받고 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시 과장이 법원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직원들도 어느 정도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일이 생긴다며 의무없는 일로 부담을 지우게 돼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해당 사건처럼 공판으로 넘어간 사건을 약식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냐고 묻자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임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전산에 입력된) 사건을 약식으로 변경하려면 취소사유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씨가 전산상 입력한 '취소사유'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자 "업무절차를 잘 숙지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숙지하지 못했던 게 아니라 기억이 안 나는 것뿐"이라며 "그런 식으로 질문하지 마시라"고 쏘아붙였다.

이날 증인신문은 이씨가 임 부장판사와의 대면을 거부해 임 부장판사가 퇴정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수천만원대 원정도박 혐의를 받은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씨를 정식 재판에 부친 재판부 판단을 약식명령으로 뒤집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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