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매체들은 홍콩 경찰이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 당 비서장과 아그네스 초우를 불법 집회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웡과 초우는 지난 6월 21일 완차이(灣仔) 경찰서를 포위하는 불법 집회를 조직·선동하고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앞서 전날 밤에는 '홍콩 독립' 등을 주장하다가 지난해 강제 해산된 홍콩민족당의 창립자 앤디 찬을 홍콩 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 찬은 이달 1일 공격용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상태였고 일본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던 참이었다.
조슈아 웡과 아그네스 초우는 십대이던 지난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 당시 지도부를 맡아 시위를 이끌었다. 웡은 17세의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전 세계에 주목을 받았다. 조슈아 웡을 도와 데모시스토 당 창당을 주도했던 아그네스 초우는 지난해 입법위원 선거 보궐 선거에 출마하려했지만 홍콩 행정당국으로부터 입후보 자격을 박탈당해 선거에 출마가 무산됐다.
데모시스토당은 30일 트위터를 통해 "조슈아 웡 비서장이 오늘 아침 7시 30분 무렵 체포됐다"며 "그는 밝은 시간대에 길거리에서 미니밴에 강제로 밀어 넣어졌으며, 우리 변호사가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데모시스토 당은 경찰이 송환법 반대 집회를 주도했다며 당 지도부를 무더기로 체포한데 대해 강력 반발했다. 데모시스토 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송환법 시위는 지도자가 없는 시위이며 당이 주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이 민간인권전선의 시위가 예정된 8월 31일 전날 대규모 검거에 나서면서 공포와 백색 테러 분위기를 조성한데 대해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모시스토 당은 중국 공산당이 당 지도부들을 시위 지도부로 지목하자 홍콩 경찰이 검거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슈아 웡 등은 지난 달 6일 홍콩대학 학생회 관계자들과 함께 홍콩 애드미럴티의 JW메리어트 호텔 로비에서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 직원과 만나던 사진이 홍콩의 친중 매체들에 의해 공개되면서 한 차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송환법 반대 시위의 배후가 미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조슈아 웡 등을 시위 지도자로 몰고 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31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던 민간인권전선이 집회 취소를 선언했다. 당초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후 홍콩 도심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집회를 연 후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었다. 민간인권전선 측은 "우리는 시위 참가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며 시위 취소 이유를 밝혔다.
홍콩 경찰은 이미 폭력시위로 인한 충돌을 우려한다며 31일 집회와 행진을 모두 불허한 바 있다.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공공집회·행진 상소위원회에 경찰의 시위 불허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岑子杰) 대표는 이날 위원회 결정 뒤 "우리는 불법 집회를 열지는 않겠다"며 집회는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민주파 관계자들의 검거로 민심이 악화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강행할 경우 폭력사태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곧바로 중국과 홍콩 정부에게 무력개입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집회 취소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