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문회 무산 수순…與野 복잡한 셈법

증인 없는 청문회 열거나 증인 합의 이룬 뒤 청문회 연기
'국민 청문회' 한 뒤 임명 강행 가능성도 커
與 "가족 제외하면 얼마든지 증인 협상 가능"…여론 반등의 기회
野 "내달 12일까지 청문회 개최 가능"…비판 여론 추석까지 이어갈 속내

(그래픽=강보현PD)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의 불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조 후보자의 가족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당초 합의한 9월 2일·3일 일정이 엎어질 거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하지 않고 끝난 만큼 국회법상으로는 이미 무산된 것과 다름없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청문회 증인에게 출석요구일 5일 전에 출석요구서사 송달되어야 한다.


남은 방법은 증인 없는 청문회를 열거나 청문회 일정을 연기하고 증인 합의를 이루는 것이지만, 두 방안 모두 성사 가능성이 크진 않다.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면서 여론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가족을 증인으로 채택한다면 휘발성이 큰 자녀의 입시 부정 등 의혹만 키우는 꼴이기 때문에 가족의 증인 채택을 받을 이유가 없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족을 제외하면 얼마든지 열어놓고 증인 협상을 할 수 있다"며 "핵심 가족 제외한 20명에 가까운 증인 채택도 사실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으로서는 그동안 온갖 의혹 제기를 통해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만들어졌는데, 청문회를 열어 시시비비를 명확히 따져야 할 정치적 필요성이 크지 않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사청문회법을 거론하며 "내달 12일까지 얼마든지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추석 연휴까지 이어 가겠다는 심산이다.

청문회 법정기한인 내달 2일 이후로는 청와대의 동의없이 국회가 청문회 일정을 잡을 수 없는 것도 문제다.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재량에 따라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도,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 원내대표가 "9월 3일부터는 대통령의 날짜"라고 못 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내달 2일 청문회가 끝내 열리지 않으면 3일 이후 '국민청문회'를 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청문 기일을 늦출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다.

한편, 바른미래당 역시 가족 증인 채택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이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전날 회의에서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는 조 후보자의 부인과 모친, 동생, 입시부정 의혹 당사자인 딸까지 모두 청문회에 출석해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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