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은 2심에서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사건에 대해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형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롯데그룹 경영에 대한 '오너 리스크'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9일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재판을 서울고법에서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핵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고, 최순실씨 측에게 전달된 자금은 뇌물이라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최씨 사이에서 전달된 뇌물액수가 2심의 36억원이 아닌 86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재판을 다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이례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사과한 것도 사실상 뇌물죄에 대한 유죄가 확정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지만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는 2심에서 무죄였던 부분이 유죄 취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신 회장은 이미 2심에서 모두 유죄 판단을 받은 탓이다.
즉 신 회장에 대한 2심을 그대로 인정하거나, 유죄가 나온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고 결정하는 경우의 수만 존재한다. 신 회장이 2심에서 받은 집행유예가 적정한 처벌 수준인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실형 선고에 무게가 실리는 이 부회장과 달리 신 회장은 집행유예가 사실상 확정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신 회장이 2016년 면세점 신규 특허를 받기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건넸다는 혐의다.
이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관세법 178조에 따라 월드타워면세점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현재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으로 지배구조를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가치가 적정 수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등에 따라 호텔롯데 상장 작업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결국 신 회장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특허가 취소되면 롯데그룹은 면세점 사업에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되고, 호텔롯데 상장에도 먹구름이 끼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일본 대법원은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대표이사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선임된 결정은 적법하고, 50%+1주로 최대주주인 점도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따라서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뒤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완성하는 '원 롯데'를 표방하는 신동빈 회장의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동주의 일본롯데, 신동빈의 한국롯데'식의 분리 경영을 주장하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경영권 분쟁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과 관련해 "삼성과 롯데가 조금 다른 상황에 놓였지만 '오너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며 "두 기업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너십까지 흔들리며 큰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