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변호사 비용만 50억"…韓 배터리 싸움에 웃는 美로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
대형로펌 '방긋'…업계 "월 비용만 50억 원"
경쟁력 위축 우려에도 "끝까지 간다"
LG "기술, 지식재산권 보호가 곧 국가경쟁력"

LG화학 - SK이노베이션 소송전 (일러스트=연합뉴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4월, LG화학이 배터리 기술을 탈취당했다며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하자 이번엔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침해'로 LG화학은 물론 LG전자까지 제소하며 그룹 간 싸움으로 번졌다.

한국 배터리 업계 간의 소송전에 당장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은 '글로벌 대형 로펌'이다. 수십억 원의 변호사 비용이 매달 지출되고 있고 글로벌 경쟁력 위축도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두 회사는 좀처럼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韓 배터리 공룡 싸움'에 웃는 美로펌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 세워지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매달 50억 원 이상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미국 현지 소송으로 매달 변호사 비용만 50억 원이 지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무역위원회가 위치해 있는 워싱턴 DC 지역 로펌의 파티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한국 배터리 업계 간의 다툼으로 당장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은 미국 로펌이란 설명이다.

전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전자를 특허 침해로 미국 ITC에 제소하는 등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소송 전선은 더욱 넓어지게 됐다.


현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선 LG화학은 글로벌 2위 규모의 미국계 로펌 '레이섬&왓킨스'를 대표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고 이외에도 '덴튼스 US' 등 굵직한 글로벌 로펌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코빙턴 앤드 벌링'을 대표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미국 대형 로펌인 코빙턴 앤드 벌링은 미국 관료 출신이 다수 포진된 대관 업무 특화 로펌으로 유명하다.

◇ 경쟁력 위축 우려에도 "LG-SK 싸움 계속될 듯"

변호사 비용만 월 50억 원 넘게 소진되고 있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글로벌 업계 간 배터리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세가 더 강경한 쪽은 단연 'LG화학'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신들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라며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LG화학은 기술 탈취에 대한 사과와 보상안 제시가 먼저라며 그렇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 측의 대화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의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해서도 LG화학은 "우리의 특허 건수는 1만 6,685건이며 SK이노베이션은 불과 1,135건"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면밀한 검토로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고 소송을 낸 것인지 의문"이라며 비꼬기도 했다.

다시 말해 LG화학은 자신들의 특허건수가 SK이노베이션보다 14배나 많은 상황에서 특허를 침해할 이유가 하등 없다는 것이다. 이어 "LG화학도 SK이노베이션의 특허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소송 제기를 검토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그동안 방어적인 자세였던 SK이노베이션도 강공으로 돌아섰다. 원만한 해결을 모색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강경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자사의 특허침해를 기반으로 영업 및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며 "LG화학 등의 배터리 중 상당한 제품이 이번 특허침해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이 승소할 경우 LG그룹은 손해 배상 등 금전적 부담은 물론 해당 방식을 기반으로 수주한 제품의 공급중단 등 배터리 사업 자체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대화의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밝혔지만 LG화학이 즉각 "사과와 보상안 제시가 없으면 대화도 없다"며 일축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 간의 집안싸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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