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코너 : CBS 체육부의 <스담쓰담>
◇ 김덕기 > 스포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스담쓰담입니다. 체육부 임종률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덕기 >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네, 최근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 즉 KOC 분리와 관련된 갈등과 배경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 김덕기 > 체육회와 올림픽위원회, 두 단체 많이 들어봤습니만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한번 설명해주시죠.
네, 대한체육회는 우리나라 스포츠를 총괄하는 역할을 합니다. 원래는 엘리트 스포츠 즉, 학교나 실업 등에서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선수들과 각 종목 협회 등을 관장했는데 2016년 동호회 활동 등 일반 국민들이 즐기는 생활 체육까지 통합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대한올림픽위원회, KOC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즉 IOC에 속한 각 국가올림픽위원회의 일원인 조직입니다. 한 마디로 IOC가 주관하는 올림픽과 관련한 스포츠 외교 업무를 맡는 단체입니다.
◇ 김덕기 > 두 단체가 지금은 통합돼 있는데 이를 다시 분리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군요.
네, 현재는 체육회와 KOC가 통합돼 있고요 수장도 이기흥 체육회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최근 KOC 위원장 자격으로 IOC 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KOC는 1946년 창립 당시부터 체육회와 통합과 분리를 놓고 오랜 세월 진통을 겪어왔고, 결국 2009년 전격 통합됐습니다. 체육회장이 KOC 위원장을 겸임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 지난 22일이었죠? 체육회와 KOC 분리를 골자로 하는 6, 7차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미투 운동으로 불거진 체육계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이유입니다. 특히 연간 4000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정부의 엄격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에 체육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습니다. 체육회 회원 종목 단체 연합인 경기단체연합회로 대표되는 엘리트 체육계와 체육회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제2의 체육계 농단을 중단하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3년 전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일가가 K스포츠재단 등을 통해 체육계를 사유화하려고 했던 것처럼 정치권에서 체육회를 분리하려는 검은 배경이 있다는 겁니다.
◇ 김덕기 > 결국 한국 체육의 주도권을 놓고 정부와 체육계가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라고 볼 수 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체육회는 KOC와 통합되면서 IOC의 강력한 비호 아래 정부로부터 독립된 지위를 보장받습니다. 만약 정치적인 이유로 위원장이 바뀌는 등 간섭을 받게 되면 IOC는 해당 NOC에 대해 올림픽 출전 자격 박탈 등의 중징계를 내리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회장은 올해 초에도 정부의 KOC 분리 움직임에 대해 "애들 장난도 아니고 말도 안 된다"며 공개석상에서 수위가 높은 발언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정부로서는 체육회를 KOC와 떼어놓아야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KOC는 IOC 산하로 간섭할 수 없지만 분리된 체육회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정책 집행기관으로서 정부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는 까닭입니다.
반대로 체육계는 상당한 자율성을 보장받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게 되는 만큼 분리에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체육회는 현재도 예산과 관련해 문체부와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상황이고 체육회 사업도 문체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도 분리안이 나오는 것은 정부에 스포츠를 속박하는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여기에 체육계는 이번 분리안에는 특정 정치권 인사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의혹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정 대학의 체육 전공자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국 체육 전체를 손에 쥐겠다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엘리트 체육의 문제점을 파헤쳐 힘을 빼고 있다는 지적인데 한국 빙상의 대부이자 엘리트 스포츠의 상징인 전명규 한체대 교수가 어쩌면 희생양이 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 김덕기 > 양 측이 팽팽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요,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네, 스포츠 선진국들을 보면 체육회와 NOC가 통합된 경우도 있고, 분리된 경우도 있습니다.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데요, 독일과 프랑스는 통합돼 있는 반면 미국과 영국, 일본은 분리돼 있습니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바로 탄탄한 생활 체육 저변에서 엘리트 선수들이 나온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는 군사 정권 시절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이라는 기치 하에 엘리트 체육을 정부가 나서서 집중 육성한 반면 생활 체육은 상대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발전이 늦었습니다. 둘의 균형을 맞추려는 정부의 노력은 이해가 가고 3년 전 엘리트와 생활 체육 통합도 맥락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문체부의 움직임이 엘리트 죽이기라는 의혹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연스러운 균형이 아닌 인위적인 간섭은 부작용과 반발을 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제가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취재를 다녀왔는데 일본 대표팀 박주봉 감독을 만났습니다. 일본에서 배드민턴의 신으로 불리는 박 감독은 역대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비결로 탄탄한 저변과 정부의 엘리트 스포츠 전폭 지원을 꼽았습니다.
사실 일본은 그동안 생활 체육 육성에 집중했는데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정책을 바꾼 겁니다. 어느 한 쪽의 경도가 아닌 균형이 이뤄질 때 비로소 성적이 난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우리 체육도 어느 한 쪽을 때려가면서 갑자기 균형을 맞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긴 호흡을 갖고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박 감독도 한국 체육계의 상황에 대해 다소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다음 주 월요일 이기흥 체육회장의 기자회견이 있는데 또 어떤 얘기가 나올지도 한번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