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1·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돼 있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다른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박 전 대통령 파기 환송심은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인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등과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처럼 범죄 혐의를 분리 선고할 경우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을 파기 환송함으로써 향후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심이 열리게 되고 이게 또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는 그만큼 더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의 기소 사건중 형이 확정된 것은 '공천 개입'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된 사건이 전부다.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정 농단 사건'이 이번에 파기 환송됐고, '국정원 특활비 사건'도 아직 대법원에 계류중인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물리적으로 사면이 어려워져 박 전 대통령의 총선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사면되면 총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취임 2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과 관련해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원론적인 답변일 수 도 있지만 역으로 형이 확정된 이후에는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사면이 물건너가자 일각에서는 "'형 집행정지 카드'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형 집행정지제도는 형사소송법(제471조)에 의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볼 때 수형자에게 형의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보여지는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게 된다.
형의 확정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사안이다. 형 집행정지는 형소법 규정에 따라 검사장의 허가를 얻은 검사가 갖는 권한이다.
만약 총선 전에 '형 집행정지'를 허가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총선에 대한 메시지 등을 통해 얼마든지 정치에 개입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다만 형 집행정지제도는 사면과는 달리 말 그대로 감옥에 가둬두는 형의 집행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일 뿐이어서 검사가 형 집행정지의 사유가 없어졌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다시 감옥 안에 가둘 수도 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형집행정지'를 신청한 적이 있다.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라 불허 결재했다.
형집행정지 심의위는 "박 전 대통령이 형집행정지에 이를 정도의 건강상 문제가 있는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로 인해 불에 데인 것 같고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