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국'을 내세운 것에서 보듯,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경제 보복 조치에 정면으로 맞설 뜻임을 내년 예산에도 십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9일 오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예산안'과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했다.
총지출 513조 5천억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 예산에서 최우선 투자의 방점은 '혁신성장 가속화'와 '경제활력 제고'에 찍혔다.
특히 핵심 소부장의 조속한 자립화, AI(인공지능)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이른바 'DNA+BIG 3' 산업 육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DNA는 데이터(Data)·네트워크(5G)·AI 등 혁신 인프라와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3대 신산업을 지칭하는 용어다.
데이터 플랫폼 확산 및 AI 기술과 융합에 1조 1천억원, 산업간 융복합 촉진 신경망 확충에 6천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반도체 생산시설 없이 설계·개발만 수행하는 전문기업인 '팹리스' 생태계 조성에 3천억원, 의료 빅데이터 구축과 신약·의료기기 개발에 1조 3천억원, 미래자동차 실증 인프라 구축에 1조 5천억원이 편성됐다.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소부장 자립화에 2조 1천억원을 투입, 최대한 빠른 시기에 공급 안정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추가 소요 발생시 목적예비비 5천억원을 증액하고 특별회계 신설도 추진하기로 했다.
소부장 핵심 기술 개발엔 1조 3천억원, 실증 테스트베드 확충 등 상용화 지원엔 5천억원, 설비 확충과 해외기술 도입을 위한 투자자금 지원엔 4천억원이 배정됐다.
아울러 2023년까지 5년간 23만명의 실전형 혁신인재를 양성하기로 하고, 내년에만 4만 8천명 양성에 6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학교육 개선과 혁신에도 11조 5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역시 올해 18조 8천억원에서 내년엔 23조 9천억원으로 관련예산이 27.5%나 늘어났다.
정부는 특히 혁신적 유니콘 기업을 적극 육성해 '제2 벤처붐'을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모태펀드에 1조원을 출자해 2조 5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벤처시장에 공급하는 등 5조 5천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고 4차산업혁명에 대응한 경제체질 개선,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선제적인 재정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일(對日) 수입 가운데 소재부품 비중은 68%로, 미국의 41%나 EU의 47%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국내 주력 제조업 생산능력이 정체되고 가동률까지 저하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됐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전날 이낙연 총리 주재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관계장관회의'에서도 앞으로 3년간 소부장 R&D에 5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리는 "일본의 태도와 무관하게 소부장 산업을 긴 안목으로 일관되게 키워나갈 것"이라며 "R&D 기간이 단축되도록 지원하고 R&D 생태계 혁신과 연구역량을 최대한 결집, R&D 성과 상용화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