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부 사실상 '계엄령' 검토…홍콩 내부 들썩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비상대권 부여해 시위 진압하는 긴급법 적용 검토

시위대 향해 총 겨냥한 홍콩 경찰(사진=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해 시위를 진압하는 긴급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람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홍콩 정부가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정부는 폭력과 혼란을 멈출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는 홍콩의 모든 법규를 검토할 책임이 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같은 날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경제발전국장도 "우리는 질서를 회복할 수 있는 홍콩의 법규에 대해 날마다 생각하고 있다"며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인 홍콩 의회인 입법회의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법령을 시행할 수 있다. 긴급법이 발령되면 행정장관은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 재산 몰수 등 사법권한은 물론이고 교통·운수 통제, 검열, 출판·통신 금지 등에 있어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받으며 비상조치를 어긴 시민들을 처벌할 수도 있다.

사실상 계엄령에 준하는 긴급법이 적용된 것은 지난 1967년 7월 반영(反英)폭동 때 단 한 번뿐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 당시 정부가 반포한 긴급 법령은 3인 이상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할 수 있게 했으며, 사법당국에 특별한 이유 없이도 시민을 체포해 1년까지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캐리 람이 사실상의 계엄령 카드를 만지작 거리자 홍콩의 재야단체와 야권은 강렬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의 제임스 토 의원은 "긴급법 적용은 홍콩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하고,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를 완전히 박탈할 것"이라고 비판해으며 심지어 친중파로 분류되는 레지나 이프 의원도 "긴급법에 호소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명보(明報)는 긴급법 적용이 중국 중앙정부의 아이디어였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지난 8월초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열린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과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이 주최한 좌담회에서 홍콩·마카오 판공실의 장샤오밍(張曉明) 주임은 "홍콩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홍콩 행정장관에게 계엄령 발동 권한을 부여한 '공안조례'를 거론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인민해방군의 홍콩 투입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홍콩 정부가 자체 법규를 적용해 사태를 수습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18일 170만 명이 참여한 빅토리아 공원 집회에 이어 오는 31일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31일은 홍콩이 행정장관을 간접선거로 선출한지 5년이 되는 기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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