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힘내세요', 아이돌 '덕질' 닮은 정치 팬덤

[노컷 딥이슈] 포털사이트 달군 '조국힘내세요' vs '조국사퇴하세요'
조국 '팬덤'과 '안티덤' 검색어 총공…아이돌 팬덤 양상과 닮아
"인터넷 여론전 전개 능숙해"…"'옳고 그름' 아닌 '호불호' 기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지지자와 반대자들 사이 인터넷 전쟁이 벌어졌다. 그 열기는 인기 아이돌 스타를 위해 단결하는 '팬덤'(팬집단) 못지 않게 뜨겁다.


'조국힘내세요'라는 검색어는 지난 27일 오후 2시 경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에 올랐다. 곧바로 1위를 차지한 이 검색어는 24시간이 흐른 28일 오후 2시까지도 20위권 안에 들었다. SNS에도 같은 내용의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하다.

조 후보자를 응원하는 취지의 이 문구를 검색어에 올리기 위해 지지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총공'(총 공격) 캠페인을 벌였다.

이미 인터넷에 익숙한 30~40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같은 제안들이 확산됐다. 특히 지역 단위로 구성된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조국힘내세요' 검색을 격려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해당 검색어를 네이버 데이터랩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0~20대보다 30~50대의 검색 순위가 더 높았고, 상위권 유지 시간 또한 길었다. 조국 후보자 지지 연령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에 대응하는 '조국사퇴하세요' 검색어가 인터넷에 등장했다. 27일 오후 7시 경 순식간에 포털사이트에서 급등한 이 문구는 '조국힘내세요'와 엎치락 뒷치락하며 순위를 겨뤘다. 결국 많은 검색량으로 28일 오후 2시에도 10위권 내에 들었다. 똑같은 문구가 역시 SNS에서는 해시태그 운동으로 진행됐다.

이 검색어는 '조국힘내세요'와 반대로 10~20대가 30~50대보다 더 순위가 높았고, 상위권 유지 시간이 길었다.

온라인에서의 검색어 대결은 아이돌 스타 팬들이라면 익숙한 풍경이다. 이들은 좋아하는 스타에게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 긍정적인 검색어로 '정화'하거나, 생일 등 기념일축하 및 응원을 위해 검색어 '총공'에 들어간다.

전자의 경우, 대중들에게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맹목적인 '감싸기'에 가깝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꼭 그런 불미스러운 사안이 아니더라도 검색어 상위권은 그만큼 높은 화제성, 즉 스타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조 후보자를 두고 오프라인에서도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28일 그가 출근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에는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꽃바구니와 반대자들의 집회가 묘한 긴장감을 조성했다는 전언이다. 정치인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이런 의견 충돌은 정치적 행위보다는 '팬' 대 '안티' 구도에 가깝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아이돌 팬덤과 요즘 정치 팬덤은 모두 인터넷을 바탕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 양상이 비슷하다. 더 이상 현실 육탄전을 벌이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여론전을 전개하고 검색어를 올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정치 팬덤은 옳고 그름만을 이유로 움직이지 않는다. 해당 정치인에 대한 인간적인 '호불호'가 행동의 방향을 결정한다. 때문에 서로 조작 의혹을 펼치며 극과 극 공세를 펼치거나 지지자이든 반대자이든 집단 편향성을 가질 위험이 있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정치인 답지 않은 이미지를 가져야 정치 팬덤을 확보할 수 있다. 조국 후보자의 경우 정치에 입문하고 있는 중인데 마찬가지로 정치인 같은 이미지가 없다"면서 "팬덤과 '안티덤'은 각기 통일된 집단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의견 교환은 존재하지 않는다. '호불호'로 양분되고 감정과 이성의 영역이 뒤섞인다. 옳은 쪽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니지만 좋아야 옳은 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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