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 씨가 최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사죄해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전두환 측과 대조를 이뤘다.
재헌 씨의 5·18 묘지 참배와 사죄는 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국립 5·18민주묘지 관리소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 씨는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광주시 북구 운정동 묘지를 찾았다.
재헌 씨의 이번 민주묘지 참배는 병환 중인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다.
올해 86세인 노 전 대통령은 암·폐렴 등 잇단 투병 생활을 하다 현재는 연희동 자택에서 요양 중이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들어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거동은 물론 대화도 힘든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투병생활 중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마다 아들인 재헌 씨와 가족들에게 "5·18 영령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5·18민주묘지에 참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 씨의 이번 참배와 사죄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생전 자신의 잘못에 대해 뉘우치고 정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보여 지금까지 전혀 반성의 태도가 없는
전두환 전 대통령 측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재헌 씨는 이날 묘지관리소 관계자의 안내로 1시간 30분 정도 오월 영령들을 참배했다.
5·18의 가해자인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가족 가운데 광주를 찾아 오월 영령에게 사죄한 이는 재헌 씨가 처음이다.
재헌 씨는 윤상원, 박관현 열사 등이 잠든 묘역 뿐만 아니라 행방불명자들의 묘소, 망월동 옛 묘역까지 들러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재헌 씨는 이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동행한 이들에게 "기회가 되면 꼭 5·18희생자 가족들을 만나 진심어린 사죄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 씨는 국립 5·18민주묘지가 조성되기 전인 지난 1997년에는 5·18희생자들이 잠들어있던 망월동 옛 묘역도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5·18재단 관계자는 "아직도 5·18과 관련해 각종 조작과 왜곡으로 인한 폄훼가 난무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죄를 계기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알고 있는 진실에 대한 고백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