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 DLS 불완전판매 논란 키운 구조적 문제

전세계적으로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 벽 허물어지는 추세
은행 전국 지점 때문에 '금융상품의 종합 판매처'로 각광…고객 기대와 달라
사모펀드 규제 완화 틈 노려 일반투자자도 전문투자자 등록 유도 가능성 커
표준투자권유준칙 순서도 바꿔…투자자 성향 분석한 뒤 투자 권유 해야
전문가들 "불완전판매 없애려면 해외처럼 강력한 과징금 부과해야"

■ 방송 : CBS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이명희 아나운서 (김덕기 앵커 대행)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이명희> <홍기자의 쏘왓> 입니다. 내 삶에 도움을 주는 경제 뉴스 알아보는 시간이죠? 홍영선 기자 나왔습니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 가지고 나왔나요?

◆ 홍영선>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내용 가져왔습니다. 지난 주에도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 (DLS·DLF)에 대한 투자자들의 얘기 들어봤는데요. 계속해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지고 있고 금융당국은 지난 주 합동검사에 들어갔습니다. 왜 이번 DLS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었는지 구조적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그래픽=강보현
◇ 이명희> 금감원에 따르면 지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독일 금리 연계형 DLS(파생결합증권) 이 상품은 판매 금액 전체가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는 거죠?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고요. 이런 위험한 상품을 은행에서 팔아도 되냐, 팔 수 있는 거냐 이 질문부터 하고 갈게요.

◆ 홍영선> 네 우선은 법상 은행이 팔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투자중개업자라는 라이센스를 신청해서 판매가 가능하거든요. 팔 수 있을 뿐더러 다른 어떤 곳보다도 많이 팝니다. 이번에 대규모 손실이 나고 있는 독일금리 연계형 DLS와 미국 영국 CMS 연계형 DLS 가운데 99%가 은행에서 팔리기도 했습니다.

◇ 이명희> 거의 다 은행에서 판 거네요? 왜죠?

◆ 홍영선> 은행이 고객과의 접점이 많기 때문인데요. 증권사는 지방에 없거나 지점도 적습니다. 반면 은행은 전국에 깔린 지점 조직망 덕분에 금융상품들의 주된 판매 채널이 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자산운용사도 펀드 판매를 증권사보다는 은행을 선호하고요. 은행의 경우에는 이자수익 말고 비이자수익도 늘려야 하는데 수수료까지 짭짤하니 서로의 이해 관계가 딱 맞아 떨어지는 거죠.

전세계적으로도 은행과 보험, 증권 등 업권 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방카슈랑스가 보험과 은행 업권의 벽이 허물어져서고, 파생상품이나 펀드도 증권과 은행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방증인데요. 이렇게 업권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현재는 금융상품의 종합 판매처, 판매 창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 이명희> 그런데 문제는 은행에 오는 고객들 중 상당수가 이렇게 다 생각하지 못하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 홍영선> 그렇죠. DLS로 대규모 손실을 입고 있는 투자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싶어서 은행을 찾았고 예금자 보호가 이뤄지거나 그에 준하는 안전상품이겠거니 생각했다고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은행은 점점 그런 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팔게 되면서 고객과 은행 사이의 기대감이 엇갈리는 것이죠.

사진=DLS 투자자 제공, 우리은행 PB가 확정금리라고 수기로 써준 통장
우선 50대 주부 A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여지껏 태어나서 한 번도 사모펀드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요. 그날도 은행 적금 만기된 거 찾으러 갔다가 평소에 친한 PB가 예금 같은 안전한 상품이라고 해서 믿은 거고요. PB가 펀드인데도 확정금리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예금처럼 펀드의 위험 요소를 만회해서 이런 상품도 새롭게 나오는구나 했죠. 확정금리인양 수기로 통장에 5.01%25라고 써주면서 통장만 딱 주고요.

저는 50대 중반이고 우리은행을 20년 넘게 이용하다 보니 PB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거지 자산가도 아니에요. 주부 생활 30년 동안 생활비 쪼개서 노후자금, 딸 결혼자금 쓰려고 아낀 돈이고... 이게 전체 현금 다인데 이렇게 은행이 속일 줄 몰랐어요..."

◆ 홍영선> 투자야 물론 투자자 책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위험한 상품인데도 투자자들 중에는 A씨처럼 주부와 고령층이 많았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불완전판매 소지가 다분한 점인데요. 어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대규모 손실이 난 상품의 절반 이상을 65세 이상인 고령자에 판 걸로 나오고요. 펀드에 처음 가입한 사람도 10명 중 2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씨를 인터뷰 하면서 주요 내용 설명 확인서와 투자자정보 확인서, 집합투자상품 거래신청서를 봤는데요. A씨의 경우에는 가입 당시에는 이같은 서류를 일절 받지 못했고 통장만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서류를 안 준 것도 문제 였고요.

서류를 봐도 이상했던 게 투자자 성향 분석 설문 조사표를 보면, '고객의 수입원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어느 것입니까'라는 문항에 1번. "현재 일정한 수입이 발생하고 있으면 향후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답변에 체크가 돼 있었습니다. 주부인데 일정한 수입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직접 체크했냐고 물으니 PB가 체크를 임의로 다 했고 사인 란에 사인만 하라고 했다는 거죠.

◇ 이명희> 이렇게 위험한 상품이고 1억을 투자하는 건데 그런 식으로 PB가 임의대로 투자 성향 분석을 해도 되는 건가요?

◆ 홍영선> 안되는 거죠. 사실과도 맞지 않잖아요. 투자 성향을 분석하는 이유가 그 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 하라고 하는 거거든요.

금융투자협회가 만든 표준투자권유 준칙에 따르면 ①투자자 성향을 먼저 분석해야하고요 ②투자 권유를 해야합니다. ③그리고 그 투자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야하는 거죠. 그런데 지금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의견은 투자 권유를 한 뒤 투자자 성향을 분석했다는 거에요. 순서가 완전히 뒤바뀐 거죠. 그러다보니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팔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도 부실했던 거죠.

◇ 이명희> 왜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팔았는지 이해가 좀 안되네요.

◆ 홍영선> 은행권에서는 이자수익 말고 비이자수익을 늘려야 한다 이런 생각이 굉장히 강한데 이 상품을 팔게 되면 1~1.5%의 수익을 내거든요. 1억원 상품을 팔면 최대 150만원을 벌 수 있습니다. 위험성보다는 그 수익에 대한 집착이 직원들에게 할당을 걸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업계의 시각이고요.

정책적 규제 완화도 이같은 부작용을 키웠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2015년 10월에 사모펀드 투자 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고 운용사 설립을 인가에서 등록으로, 펀드 설립을 사전 등록에서 사후 보고로 간소화 했거든요.

사모펀드라고 하면 투자하는 개인을 전문투자자라고 봐서 보호 수준이 낮습니다. 그러니까 PB가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 일반투자자에게조차 전문투자자 등록을 유도하고 투자자들은 뭔지도 모르고 서명했을 가능성이 큰 거죠. 이런 식으로 사모펀드 시장에 일반투자자까지 유입되면서 부작용이 우려됐는데, 이번처럼 핵폭탄이 터지면서 우려가 현실화된 거죠.

◇ 이명희> 왜 유독 우리은행, KEB하나은행만 문제의 상품을 팔았는지도 의문이에요.

◆ 홍영선> 은행들은 내부 절차에 따라 상품 판매 여부를 결정하는데요. 다른 은행들은 세계 경제가 워낙 변동성이 커서 조심하는 순간에도 더 공격적으로 팔았기 때문이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개별상품 판매에 최고경영자, 즉 은행장 책임은 없고 전무 또는 본부장 선에서 결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금융당국은 판매수수료와 같은 비이자수익 목표치를 제시했거나 상품 개발 논의 과정에서 은행장 또는 윗선이 개입했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리스크 검토 과정에서 허점은 없었는지, 내부 경고 시스템은 작동했는지 등도 금융당국이 주로 살펴볼 과제고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포용적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 이명희> 이러한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논란은 한 두 번이 아니고 금융당국이 늘 뒷북을 친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나와요. 불완전판매를 좀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 홍영선>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문제의 핵심이라기보다는 사모펀드의 규제가 완화된 틈을 불완전판매에 악용했다는 게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당장 규제 완화가 최선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면서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려면 해외처럼 사법부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물론 사모기 때문에 느슨한 게 사실입니다. 원금 손실 가능성 경우에 따라 100%25 원금 손실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제대로 설명했느냐, 조사가 필요한 거 같고 결국 불완전판매 이슈들로 귀결이 되는 거죠.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보다 해외처럼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게 오히려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모의 영역은 위험 자본, 모험 자본 공급 기능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 담당합니다. 때문에 사모의 영역에 대해 규제를 다시 강화하면 사모 기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장기적 시장 발전 차원에서 그다지 바람직 하지 않은 방향성이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불완전판매 내지 투자자 보호 관련된 규정들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이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유럽같은 경우 과징금이 우리보다 훨씬 더 높게 책정돼 있습니다. 보통은 해외도 영업 정지가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고 과징금이 상당히 많은데요. 우리는 많아야 몇십억이지만 해외는 몇천억씩 때리죠."

◆ 홍영선> 금감원의 합동검사는 9월 중순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질 거고 추석 전후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이번 D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해 "금융회사가 수익 창출을 위해 고객에게 위험을 전가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한 만큼 얼마나 강력한 조치가 나올 지, 또 은행은 그 조치를 받아들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이명희>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홍영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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