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도, 성적도 챔피언' 고진영이 보여준 배려와 실력

고진영(오른쪽)과 브룩 헨더슨. (사진=연합뉴스)
챔피언의 품격이 묻어나는 배려였다.

26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오픈. 고진영은 4라운드 17번 홀까지 챔피언조에 속한 2위 니콜 라르센(덴마크)에 4타, 3위 브룩 헨더슨(캐나다)에 6타 앞섰다. 사실상 우승을 확정한 상태에서 마지막 18번 홀에 들어갔다.


티샷 후 그린을 향해 걸어가는 순간. 고진영은 헨더슨을 불렀다. 그리고 헨더슨과 어깨동무를 한 채 그린으로 향했다.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려고 그린 주변에 몰린 갤러리는 고진영과 헨더슨의 등장에 큰 박수를 보냈다.

고진영의 배려였다.

헨더슨은 캐나다 최고의 스타다. LPGA 퉁산 9승을 기록했고, 지난해 캐나다 선수로는 45년 만에 대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우승과 별도로 자국에서 플레이하는 헨더슨에게 마지막 선물을 준 셈이다.

고진영은 AP통신을 통해 "18번 홀 그린으로 걸어갈 때 그린 주변에 모인 갤러리가 헨더슨을 위한 갤러리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헨더슨에게 '너를 위해 모인 갤러리'라고 말했고, 헨더슨은 '아니다. 너를 위한 갤러리'라고 답했다. 그래서 같이 걸어갔다"고 웃었다.

격차가 컸던 만큼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라르센에 이어 헨더슨이 파로 대회를 마무리했고, 고진영은 챔피언 퍼트를 버디로 장식하며 '노 보기' 우승을 차지했다.

헨더슨도 고진영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헨더슨은 "서로 많이 존중하는 사이다.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고진영이 우승해서 기쁘다"면서 "고진영은 현 세계랭킹 1위다. 최고의 투어에서 4승을 거두는 등 비현실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박수를 보냈다.

매너 만큼 실력도 돋보였다.

72개 홀을 도는 동안 단 하나의 보기도 범하지 않는 무결점 우승을 차지했다. 직전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포함하면 106홀 연속 노 보기. LPGA 투어 노 보기 우승은 2015년 3월 박인비의 HSBC 챔피언십 이후 처음이다.

262타(26언더파)는 고진영의 LPGA 투어 개인 최저타 기록. 종전 기록은 올해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266타였다. LPGA 투어 시즌 4승도 2016년 에리야 주타누간(태국, 5승), 리디아 고(뉴질랜드, 4승) 이후 처음 나왔다.

고진영은 "이번 주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후회 없는 경기를 한 것 같다. 보기를 한 번도 안 하고 우승을 했다는 것이 감격스럽고, 내 자신이 대단하다고 조금은 느꼈던 한 주 였다"면서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또 다른 기록에 도전한다.

고진영은 캐나다 오픈 우승 상금을 더해 올해 총 261만8631달러를 벌었다. LPGA 투어에서 마지막 시즌 상금 300만 달러는 2007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남은 대회는 8개. 고진영은 4~5개 대회에 더 출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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