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역사극, 본질 떠나 '오래된 스캔들'처럼 비춰진다면.."

명절 앞두고 팩션 역사극 연이어 개봉
세조실록의 기이 현상 배경한 <광대들>
역사 팩션극 개봉 때마다 왜곡 문제 있어와
노무현 정권 당시 팩션 사극 활성화, 사회적 의미도
역사를 스캔들만으로 다루는 경향도있어
<봉오동 전투> 아동, 계몽용처럼 선악 구분만
한국 유달리 사극 영화 좋아하는 경향도
강유정에게 역사극이란 '아주 오래된 스캔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8월 23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강유정 (강남대 교수)



◇ 정관용> 금요일 저녁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들 잡학하고 박식하게 수다 떨어 보는 금요살롱 시간. 오늘은 영화평론가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와 함께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 이야기 좀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유정 교수 어서 오십시오.

◆ 강유정>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광대들>이라는 영화 개봉했죠?

◆ 강유정> 개봉했습니다. 이번주 수요일날 개봉을 한 거죠. 그래서 사실은 이맘때쯤이 대학은 개강시즌 그리고 중고등학교는 개학 해서 여름 성수기가 끝난다고 할 수 있는데 또 우리나라 특성상 민족의 명절이라고 하는 추석이 바로 이어오다 보니 영화계에서는 아마 그 정관용 선생님도 보셨겠지만 설이나 추석은 약간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이 마련이 돼요. 이번에도 좀 가족들이 함께볼 수 있는 영화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마는 한편으로는 왠지 이런 거 있죠. 명절에는 한복 입고 나오는 드라마나 한복 입고 나오는 영화를 봐야 되지 않을까라는 좀 관습적인 생각 때문에 언제나 역사영화들이 개봉을 하게 되거든요.

◇ 정관용> 광대들도 조선시대, 세조 시대에.

◆ 강유정> 맞습니다. 저도 이게 무슨 내용인가 했는데 이 영화의 감독이 이전에도 이제 얼음에 관한 얘기로 조금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었어요.

◇ 정관용> 얼음?

◆ 강유정> 조선시대 동빙고, 서빙고 해서 얼음을 갖고 권력의 문제로 녹여내서.

◇ 정관용> 영화 제목이 뭐였죠, 그게?

◆ 강유정>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제목의 영화였는데. 약간 당시 있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게 워낙 강점인 감독인데. 이번에도 저는 일단 소재만 봐서 흥미로웠어요. 아마 정 교수님도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세조 관련된 이상한 기이한 설화가 많단 말이에요. 가령 정이품송 같은 거. 나무가 정이품을 받았다라거나 내지는 원각사에 부처가 나타났고 향기로운 꽃을 흩뿌렸다. 금강산을 원행을 갔는데 가는 길에 마찬가지로 부처의 빛이 나와서 이런 게 세종실록에 6권 이상의 아주 기이한 일들이 기록이 되어 있었다라는 거죠. 이런 기록들을 보아 하면 과장이든 혹은 누군가 지어냈든 간에 그 당시에 돌았던 소문이기는 한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이게 왜 돌았을까 하다 보니 세조가 말하자면 약간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왕이 됐다라기보다는 당시 왕이 됐으니까 적법이라 할 수 있겠지만 당시에 민심에 의해서는 어린 조카를 죽이고 사육신들의.

◇ 정관용> 수양대군이 왕이 됐으니까.

◆ 강유정> 맞습니다. 믿음을 배신해서 아마 관상 보신 분들 기억하실 테지만 한국 영화사, 한국 드라마,한국 소설이나 이런 데서 수양이란 인물이 그렇게 성군의 이미지.

◇ 정관용> 좋은 인물로 안 그려지죠.

◆ 강유정> 안 그려지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압구정이라는 지명으로도 잘 알고 있지만 또 한명회 당연히 등장할 수밖에 없고요. 그렇게 다루다 보니 이제 이 영화 사실 줄거리는 그런 거예요. 세조가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을 얻고 싶으니까 소문을 내는 거죠. 그래서 광대들을 풀어서 세조가 가는 곳마다 이렇게 막 어마어마한 기적들이 일어난다라는 식의 간증효과를 노렸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입니다.

◇ 정관용> 세조실록에 나오는 여러 기이한 이야기들을 세조가 일부러 광대를 풀었을 만들어낸 것이다.

◆ 강유정> 거기까지는 좋은데요.

◇ 정관용> 정치 드라마로 만든 영화.

◆ 강유정> 너무 정치 드라마로 만드는 거죠. 최근에 많이 보셔서 처음에 저도 광해가 나올 때만 하더라도 왕에 대한 남자를 볼 때만 하더라도 일개 광대가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왕의 공석을 잠깐 차지할 정도가 아니라 왕에게 좀 결여되어 있던 인간적인 품격을 가지고 왕과 혹은 궁에 훈기를 불어넣었다는 얘기라서 인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꽤 많았다라는 거죠.

◇ 정관용> 요즘 희망 거짓말이죠.

◆ 강유정> 그렇죠, 희망 거짓말. 그러니까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서 역사 왜곡 문제도 늘 사실 있어오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역사 왜곡의 문제라기보다는 저는 한편으로 세조는 늘 이런 식으로 스테레오 타입으로 다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가능할 것 같아요.

◇ 정관용> 아무튼 오늘 우리가 시작하면서 추석을 앞둔 시기에는 가족영화가 나온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애니메이션 같은 것도 하나씩 끼고 그러다 보면 사극도 꼭 하나씩 나오더라. 그러면서 광대도 얘기를 꺼냈는데 그전에 얼마 전까지 상영했던 <나랏말싸미>. 훈민정음을 만들던 세종 당시 이야기를 그렸던 거 아닙니까? 이게 아주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었잖아요. 역사 왜곡 논란.

◆ 강유정> 국민청원에 여러 건이 올라갈 정도였죠. 그리고 이게 실질적으로 관객수로 증명이 됐는데요.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만 명을 못 채웠어요. 96만 명 관객을 채우는 데 멈췄고요. 주요 영화관 개봉관에서는 2주 만에 내려갔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시끄러운 논란에 결국은 스물스물하게 스며들었다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 / 7월 기대주였던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사진=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 정관용> 논란의 핵심이 뭐였죠.

◆ 강유정> 스님인 신미가 한글창제론이 크게 3개가 있잖아요. 신제론, 세종이 직접 지었다. 그리고 집현전 그 학자들과 함께 만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의 일종에 아주 작은 가설 중 하나가 스님들의 도움도 받았다라는 세 가지 설 중에서 세 번째 설을 좀 전폭적으로 끌고 와서 오히려 세종이 조연이 되고 스님이 좀 주연이 됐다라는 점에서 이건 한국인의 자존심, 역린인 한글 문제를 건들였다고 해서 좀 심각한 국민정서까지 건드려서 말이 많았던 작품이고 그래서인지 이렇게 일찍 시들었는데 역사 소재인 영화들은 등장할 때마다 근대사이건 현대사이건 간에 조금씩 이렇게 왜곡이냐 혹은 창작이냐 문제는 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실존했던 인물을 소재로 하되 허구를 결합한 역사극을 우리는 팩션 사극.

◆ 강유정> 맞습니다.

◇ 정관용> 이렇게 부르잖아요. 팩션 사극이면 사실 역사 왜곡 논란이 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 강유정> 맞습니다. 재밌는게 팩션 사극이 활성화된 게 언제냐면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지난 2000년대 초반 노무현 정권 때 상당히 많이 이런 영화들이 나왔어요. 그때 당시에 왜 이렇게 정조 영화가 많이 나오는가. 그러니까 정조가 주인공이라기보다 정조가 있고 그 주변에 여러 현대문물을 받아들이던 실학파 사람들 이렇게 많이 얘기가 되기도 했는데.

◇ 정관용> 그때 정조가 조선 시대 개혁 군주의 상징처럼 불리어지고 노무현 대통령의 어떤 개혁 이미지하고 오버랩되면서 그런 소재를 많이 취한 거죠.

◆ 강유정> 그래서 이 팩션 사극이란 게 상당히 좀 사회적 의미까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왜 그랬느냐라던가 내지는 그때 일종의 정조가 실학이란 것을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디까지 이런 여러 가지 얘기들이 가능했는데 문제는 이 모든 게 조금 세월이 지나면서 오래되다 보면 컨벤션이라고 영화에서는 부르는데 관습만 남고 새로움이 사라지고 있는데 최근에 그런 현상들이 좀 발견되고 있다는 겁니다.

◇ 정관용> 나랏말싸미도.

◆ 강유정> 그렇죠. 가령 <왕의 남자> 봤을 때만 하더라도 저렇게.

◇ 정관용> 기발하다.

◆ 강유정> 기발하죠. 왜냐하면 역사에 남을 수 없는 남사당패를 궁까지 끌어들여서 연산군이 폐주가 되는 과정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니 너무 재미있는 상상력이다.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은 역사를 활용하지만 인생의 희로애락을 잘 보여줬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지나치게 정치적인 갈등 상태를 강조하다 보면 우리가 고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니다 보니 캐릭터 영화가 돼요. 그러니까 한명회는 악당, 빌런. 그리고 세조도 그와 다르지 않은 악당 그러니까 더 나쁜 악당과 덜 나쁜 악당의 싸움처럼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해서 소위 말하는 재미를 본 작품이 사실 관상이죠.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너무 유명한 대사까지 남겼는데 이 이후로 영화에도 일종의 패러다임이 있다면 역사를 소재로 하지만 새롭게 역사를 발견하는 패러다임은 아직은 발견되지 않은 듯합니다.
영화 <왕의 남자> 스틸컷 (사진=시네마서비스 제공)

◇ 정관용> 지금까지 쭉 거론한 영화들이 대부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 아니겠습니까? 제일 많죠, 조선시대를 다룬 영화가. 우리 사극 중에서는.

◆ 강유정> 엄밀히 말하면 근대문학기에 이광수 선생이나 김동인 선생님, 대수향이나 이런 작품들 쓰면서 그때부터 관심을 가졌죠. 그리고 저도 어린 시절에 봤습니다마는 조선왕조실록 500년 이런 드라마 보면 대부분 왕조 중심의 이야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서민들의 삶이란 게 거의 들어갈 게 없고 그리고 가장 억울한 왕 중에 한 명이 숙종이라고 하잖아요. 굉장히 왕권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장희빈하고 인현왕후 얘기만.

◇ 정관용> 장희빈 얘기만 나오죠.

◆ 강유정> 맞습니다. 역사를 스캔들로 다루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해도 가는 게 재미있잖아요. 스캔들이란 게 자극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은 그러나 역사 이야기가 전부 왕조 스캔들에 할당이 되다 보면 이게 과연 역사 이야기인지 스캔들을 만들고 영화하고 싶어서 끌어온 것인지 관객들이 생각보다 잘 알아차린다는 거예요. 그래서.

◇ 정관용> 역사 소재이되 정치 드라마이면서 스캔들도 겹치고 이래야 여러 가지 흥미요소를 결합시키는 거죠.

◆ 강유정> 스캔들도 사실 인간들이 사는 요소 중 하나니까요. 그렇게 다루는 게 아니라 아주 선정적인 소재로 다루게 되면 관극들이 떠나게 되는데 가령 올해 초에 <더 페이보릿>이라고 영국의 여왕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완전 스캔들이지만 거기에 겉으로 봐서는 굉장히 위엄 있는 왕이지만 너무나 고독하고 그리고 너무 수많은 자녀들을 일찍 잃어버린 한 여왕의 내면을 복잡다단하게 그려내서 역사를 젼혀 저도 영국 역사를 모릅니다마는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로 만들어졌거든요. 관객들이 원하는 건 역사를 소재로 삼지 말라라는 것보다는 좀 이제는 수준 높게 다른 차원에서 인간학적 차원이든 아니면 역사를 완전히 새롭게 보든 새로운 시선을 원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정관용> 역사 소재, 왕조, 정치드라마, 권력암투, 스캔들이 나오고 여기까지는 다 판에 박힌 도식이다. 이제는 거기다 뭔가 플러스 알파라이징을 해야 되지 않느냐 그런 거고. 또 이제 우리만의 어떤 독특한 특징이 독립운동, 일제시대 당시. 근대 이후죠 최근에도 봉오동 전투. 또 최근에 3. 1운동 100주년 등등 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영화들이지만 다시 <암살>이라든지 <밀정>이라든지 이런 영화들 등등도 재조명되고 그러지 않습니까?

◆ 강유정> 그때가 한일 관계가 극한으로 치닫다 보니까 더더욱 새롭게 발견된 부분이 있죠.

◇ 정관용> <봉오동전투>는 성적이 괜찮았나요.


◆ 강유정> 그러나 생각보다 이 작품이 선언적이고 너무 선악이 분명하다 보니까 이 영화의 의미는 동의합니다마는 또 영화가 너무 아동용, 계몽용 영화처럼 선악 구분을 선명하게 해요. 그래서 약간 중간지대가 없다 보니 아주 많은 관객은 끌어들이지 못했고 그러나 올해 초에 개봉했던 3. 1운동 100주년을 거의 기념해서 만들었던 <항거> 같은 작품의 유관순 의 모습들은 상당히 유관순이란 캐릭터를 매력적이고 그리고 한 소녀가 감당하기 쉽지 않았던 그런 어떤 시대를 잘 비춰준 작품이었고 그런 비슷한 맥락에서 아마 <동주>도 기억하실 텐데. 이런 작품들은 결국은 역사라는 사건이 아니라 인물 그런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집중했을 때 좀 의미가 있었던 뜻이고요. 아마도 이렇게 좀 한국 근대사 특히 식민지 치하의 한국 그리고 한국인들을 그린 영화는 앞으로 계속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좀 들기는 합니다.

◇ 정관용> 가까운 우리 역사예요, 일제시대 근대 이후. 하지만 잘 몰라요.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우리 김구 선생, 여운형 다 이름은 알지만 그분들의 일생 일대기 몰라요.

◆ 강유정> 맞아요. 전혀 모르죠.

◇ 정관용> 한 분, 한 분이 모두 영화 소재가 충분히 될 만한 분들인데.

◆ 강유정> 너무 안 다뤄진 게 의아할 정도이고요. 그래서 지금 실제로 많은 시나리오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가령 최근의 영화에서는 총이 등장해서 황당했던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과격한 의열단같은 독립운동도 있었거든요. 그게 다 사람들이 허구인 줄 알았지만 사실이었다는 것. 그리고 아주 평화적인 독립운동이 있었지만 그렇게 조금 다른 방식의 독립운동을 선택했는데 그게 또 현대 관점에서 보면 액션영화의 소재가 되거든요. 이런 식으로 지혜롭게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이게 엄밀하게 국제 비교가 어렵겠습니다마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유달리 사극을 좋아합니까? 전 세계 보편입니까?

◆ 강유정> 좀 유달리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령 미국 영화 할리우드 영화에서 할리우드 미국의 100년 전, 200년 전 영화가 노미네이트되는 건 잘 없잖아요.

◇ 정관용> 아니, 그런데 강 교수께서 비유를 잘못든 게 미국은 역사가 200년밖에 안 되잖아요. 비교하려면 영국이나 프랑스나 이런 데나 비교를 해야지.

◆ 강유정>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경우도 조금은 뻔하게 다뤄져요. 마리 앙투아네트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영화적으로 다뤄졌습니다. 여성으로 다뤄지기도 하고 팩션의 주제로 사용하기도 하고 영국도 아마 <천일의 앤>처럼 스캔들이 많은 분들이 다뤄지기는 합니다마는 그렇다고 이게 한때 흐름이지 우리처럼 이렇게 매년 사극영화가 주요한 영화 흐름에 등장하지는 않고요. 특히 또 중국이 역사영화를 상당히 좋아하죠.
영화 <천일의 앤> (사진=자료사진)

◇ 정관용> 중국 맞아요. 중국은 그런데 역사영화인지 무협영화인지 이게 막 겹치는 게 워낙 많으니까요.

◆ 강유정> 그런데 제가 우려하는 게 저희도 조금 그런 우려가 있다라는 겁니다.

◇ 정관용> 그쪽으로 가려고 한다?

◆ 강유정> 거기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 중국 영화가 너무 과한 상상력 때문에 그리고 너무 과도한 자기 역사 옹호주의 때문에 어떤 점에서는 좀 만화 같다 혹은 계몽적이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도 그런 어떤 관습적인 이야기 구도들을 활용하다 보니 좀 뻔해지다 못해서 약간 제가 이번에 <광대들>을 보고 느낀 것도 과하다, 상상이 과하다라는 생각이 좀 들었거든요. 그런데 좀 성향은 다르죠. 왜냐하면 거기서는 좀 민족주의를 강화하려는 외부적인 압력이 있기도 하니까요, 중국에서는. 그런데 우리는 그런 건 아닙니다만 좀 역사영화를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할 때 좀 나타날 수 있는 폐해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 정관용> 우리가 사극에 대한 어떤 애정 같은 게 다른 나라보다 많다. 그러다 보니 또 흥행을 노리고 자꾸 거기다 MSG를 치는 영화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중국처럼 오버할 수도 있다. 그 말이군요. 중국은 여전히 그런 영화들이 흥행소재도 좋은가 봐요. 계속 나오는 거 보면.

◆ 강유정> 흥행도 좋고 워낙에 인구수가 많고요. 그리고 어떤 점에서 미국 영화도 사실 그렇잖아요. 미국 대통령이 우주인과 싸워서 외계인을 무찌르는 게 미국 영화인데 우리야 그런 문법이 너무 익숙해서 그냥 미국 영화겠거니 하고 보지만 미국인들이 보기에는 자국에 대한 우월적인 영화가 되죠. 그런데 그 중국도 점점 경제 2위 국가로 성장하면서 이런 것을 문화적으로 반영하고 싶은 욕망이 많은 나라가 중국이다 보니 중국이 아무래도 1위 국가인 미국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가장 차이가 나는 게 아까 정 교수님이 말씀하신 게 역사적인 배경과 어마어마한 스토리텔링 시장으로서 자기 기록들이죠. 그거를 우리가 잘 읽었던 거 삼국지라든가 이런 얘기들도 끊임없이 재활용해서 만들고 있고요. 거의 국책산업처럼 중국 영화에서는 지원을 받고 있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 정관용> 정리하면서 강유정 교수 마지막으로 역사극이란 뭐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 강유정> 역사극이란 '아주 오래된 스캔들'. 다 새로운 것 같지만 다 원본이 있는.

◇ 정관용> 거기서 거기예요, 어찌 보면.

◆ 강유정> 어느새 그렇게 됐다라고 조금 오늘은 부정적인 한마디 하겠습니다.

◇ 정관용> 금요살롱이었습니다.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와 함께했어요. 고맙습니다.

◆ 강유정> 네, 감사합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