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스마트폰' 목 기울기는 '38도 급경사'

문자할 때 목 가장 많이 숙여져…근육 부하량·목관절 압박↑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자제, 평소 턱 당기는 스트레칭 권장"

요즘 버스나 지하철은 물론 길거리에서까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스마트폰을 하다 보면 무엇보다 목에 무리가 가게 마련이다. 걷는 도중 스마트폰을 쓰려면 머리를 숙여야 하는데, 숙인 각도가 클수록 자세 유지를 위해 목 뒤쪽 근육들이 힘을 더 많이 내야 하고, 목 관절들에는 더 큰 압박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자세가 장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계속되면 목 관절이나 주변 근골격계에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목디스크나 거북목증후군이다.

그런데 같은 스마트폰 사용자라도 두손으로 문자를 하는지, 한손으로 웹브라우징을 하는지에 따라 머리 숙임 각도가 다르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응용 인체공학'(Applied Ergonomics) 최신호에 발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인간공학과 신관섭 교수팀은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머리를 어느 정도 숙이는지 보기 위해 대학생 2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머리 숙임 각도를 잴 수 있는 동작센서를 머리에 부착한 채로 3가지 유형(스마트폰 없이 걷기, 한손으로 웹브라우징을 하며 걷기, 두손으로 카톡 문자를 하며 걷기)의 걷기를 했다.

그 결과, 한손으로 웹브라우징을 하면서 걸을 때의 머리 기울기 평균값은 31.1도(27.3∼34.2도)였다.

일반적으로 땅을 기준으로 했을 때 기울기가 30도 이상이면 '급경사지'로 분류하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을 쓸 때 목의 각도가 급경사 이상으로 숙여진다는 얘기다.

더욱이 두손으로 문자를 하며 걸을 때의 목 기울기 평균값은 38.5도(35.7∼41.0도)나 됐다. 한손으로 웹브라우징을 할 때보다 목을 7.4도나 더 숙이는 셈이다.

연구팀은 머리를 숙인 정도가 목에 가해지는 힘 또는 부하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문자를 하며 보행할 경우 단순히 웹브라우징을 할 때보다 더 큰 무리가 가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앞을 바라보며 걸을 때에 견줘 스마트폰을 하면서 걸을 때 머리의 각도가 더 좁은 범위에서 움직이는 현상도 관찰됐다.

일반적으로 보행을 할 때는 신체 전체의 균형 유지와 정면 시선 유지를 위해 머리를 앞뒤로 일정 범위 내에서 회전하며 걸어가는데 스마트폰을 보며 걸을 때는 이러한 회전 범위가 줄어든 것이다.

신관섭 교수는 "정면을 주시하며 걸을 때보다 목 뒤쪽 근육을 더 많이 사용해 머리의 움직임을 줄임으로써 스마트폰을 안정적으로 바라보고 걸어가기 위해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근육이 더 많은 힘을 내게 해 목 관절의 압박을 증가시키고, 목 근육의 피로도를 높인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스마트폰의 건강 위해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행 중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거나, 사용하더라도 지속시간을 줄이고 휴식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평소 어깨를 펴고 턱을 목 쪽으로 바짝 당기는 스트레칭을 자주 하라고 조언한다. 다만, 의식적으로 고개를 위로 드는 건 조심해야 한다. 고개를 들면 오히려 아래쪽 목뼈가 서로 부딪혀서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목에 관절염이 생길 수 있어서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100%에 육박하는 만큼 과도한 사용으로 생기는 위해성을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앉아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고 팔꿈치를 쿠션이나 가방 위에 올려놓고 팔을 최대한 든 상태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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