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왜 조국에 촛불 들었나

[노컷 딥이슈] 조국 딸 특혜 의혹에 얽힌 대학들 빠르게 대응
촛불집회 겪은 세대…'총학생회' 없이도 집회로 뭉쳐
정치 세력과의 연관성 거부는 이화여대 성공 전략
공정 사회 추구는 좋지만 '피해자' 프레임은 경계

(사진=각 집행부 페이스북 캡처)
"서울대학교 학생으로서 조국 교수님이 부끄럽습니다." (서울대학교)
"자유, 정의, 진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고려대학교)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부산대학교)
"기회는 불평등했습니다. 과정은 불공정했습니다." (단국대학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의 학력 특혜 의혹에 청년들이 들끓고 있다. 한영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중 논문 '제1저자'부터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까지, 10년 간 조씨 특혜 의혹에 얽힌 대학교 재학생·졸업생들이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섰다.

주된 구호는 다르지만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와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학생들은 지난 22일 집회를 결의했다.

서울대는 조 후보자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고, 고려대는 조씨가 학사 졸업한 모교다. 조씨는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에 지원하며 단국대학교 연구에 참여한 '제1저자' 논문 이력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학생들은 직접적으로 조 후보자를 규탄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반면 고려대 학생들은 조씨 입시 특혜에 초점을 맞춰 학교 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한다.


부산대학교(이하 부산대)와 단국대학교(이하 단국대) 학생들은 일단 대자보를 붙여 각 학교에서 불거진 조씨의 특혜 의혹을 비판했다. 이들 총학생회에서는 아직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개별 학생들은 '집회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펼치고 있다.

조씨에 대한 특혜 의혹은 지난 19일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문제제기로 시작돼 이제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의혹에 직접 연관된 대학들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대학 담장을 넘어 졸업생, 교수들 사이 확산되는 속도도 정유라씨 특혜 의혹 당시보다 훨씬 빨랐다.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김선기 연구원은 "이들은 촛불집회를 겪은 세대다. 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 의혹이 발생하면 이전보다 더 빠르게 대응이 가능하다. 각 대학별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그 확산력도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총학생회'가 구심점이었던 과거 집회문화와 달리, 학생들이 뜻만 모은다면 얼마든지 집회가 가능하다. 학생 대표기구인 총학생회가 움직이지 않아도 개별 학생들의 목소리가 뭉쳐 집행부를 구성하는 식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번에 지원과 협조만 할 뿐, 집회를 주최하지 않는다. 부산대 공동 대자보 역시 총학생회와 무관하게 따로 꾸린 집행부에서 학생들의 연대 서명을 받았다.

오직 '집회'만을 위해 꾸려진 집단이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과 투명성은 중요한 가치로 작용한다. 이렇게 결성된 집행부는 특정 정치 세력과의 연관성을 거부한다. 정유라씨 특혜 의혹 당시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 학생들이 취했던 전략이다.

김 연구원은 "2013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2016년 촛불집회 등을 거쳐, 학생들은 정치적 행동 논리를 기본적으로 인지하게 됐다. 이화여대 집회가 결국 촛불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며 대표 조직 없이도 집회가 잘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이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집회에 들어오려는 정치 세력 역시 철저히 막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공정 사회'를 추구하는 청년 세대에게 이번 조 후보자 의혹은 치명적이다.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다'는 문재인 정부 슬로건에 정면 위배될 뿐아니라 올바른 가치를 내걸었던 진보 기성세대마저 이들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결국 청년들은 그 반작용으로 가장 빠르게 끓는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청년생각 이재현 대표는 "고이다 못해 썩은 물이 바뀌어야 한다. 기득권화되지 않은 새로운 세력이 사회를 주도해야 하지만 청년들은 여전히 사회 개혁에서 배제돼있다. 정책은 모두 기성세대가 만든다"고 꼬집엇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또 한 번 사회 구조 자체가 청년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정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가 절실히 와닿는다. 실제 청년단체들이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 정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공통적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수 가해자와 다수 피해자 구도를 짜서 청년들 스스로를 '피해자 집단'으로 정의하게 되면 자가당착에 빠지게 될 위험성도 있다.

김 연구원은 "청년세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공정성 이슈는 중요하다. 다만 아예 경쟁에서 낙오된 청년들은 이런 분노에서조차 배제되고 있다. 이름있는 대학의 학생들 모두가 정말 100% 자기 노력만해서 그 자리에 갔다고 하면 또 아닐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졌기에 그 위치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 모두 1% 기득권에 당한 피해자이고 단 한 번도 동조하거나 공모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해석상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걸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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