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즉각 '강한 우려와 실망'을 드러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오늘 아침 한국 외교부장관과 통화했다"며 "한국이 정보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게 돼 '실망'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미는 지금까지 양국 현안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경우 갈등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물밑조율을 거쳐왔다는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이같은 반응도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미국 국방부도 논평을 수정해가면서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강한 우려 및 실망' 표명에서 더 나아갔다. 국무부는 논평에서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이 결정이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동북아시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안보적 도전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나타낸다고 거듭 분명히 해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대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미국과 충분히 소통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정부는 각급에서 미국과 긴밀히 소통· 협의하며 우리 입장을 설명했다"며 "양국 NSC간에 이 문제로 7~8월에만 총 9번 유선 협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충분히 협의했지만 결정은 우리 정부의 몫으로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희망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 강한 우려와 실망을 드러내는 것도 당연하다는 게 청와대의 반응이다.
미국이 이처럼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강한 유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으로서 한미일 3각 안보체제가 균열되는 것을 우려하는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11월 말 거센 졸속협상 논란 끝에 지소미아가 체결됐던 것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한중 밀착을 우려한 오바마 행정부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일 3각 공조 균열에 대한 미국의 이같은 강한 우려가 오히려 한일갈등 중재에 적극 나설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강한 우려와 실망을 나타내면서도 "우리는 두 나라 각각이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며 "두 나라 각각이 관계를 정확히 옳은 곳으로 되돌리기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한일은 모두 미국의 대단한 파트너이자 친구이고 우리는 그들이 함께 진전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일갈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양국이 알아서 해결할 일'이라는 사실상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방한에서도 미국은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 등 청구서만 내밀었을 뿐 갈등의 관여 또는 중재에는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심지어 지난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관련 장관회의 계기의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는 이미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조치를 각의에서 결정한 이후인 오후에 열렸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사전에 한일 양국 장관을 만나지도 않았다.
청와대가 지난달 중순 지소미아 카드를 처음 꺼낼 당시에도 당초에는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를 겨냥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중러가 밀착하고 북핵협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각 공조의균열은 미국에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미국이 3각 안보협력체제 복원을 위해 한일갈등 중재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