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22일(현지 시각) 스위스 바젤의 장 야콥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16강전에서 델라 데스티아라 해리스-리즈키 아멜리아 프라딥타(인도네시아) 조를 2 대 0(21-17 21-18)으로 완파했다.
대회 8강에 올라 메달에 도전한다. 세계 랭킹 6위 이소희-신승찬은 23일 세계 3위 후쿠시마 유키-히로타 사야카(일본)와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후쿠시마-히로타 조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세계선수권 준우승을 거둔 강자다.
하지만 이소희-신승찬도 만만치 않다. 둘은 지난해 왕중왕전 격인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오픈 동메달, 중국오픈 금메달, 홍콩오픈 은메달 등 지난해 호성적을 냈다.
이들은 빅 이벤트에서도 메달을 따낸 경험이 있다. 비록 파트너는 달랐지만 신승찬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정경은(김천시청)과 당시 남녀 대표팀 통틀어 유일한 메달(동)을 수확했고, 이소희는 2017년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에서 장예나(김천시청)과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다만 이들은 올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신승찬과 이소희가 차례로 부상에 시달렸다. 올해 초 신승찬이 팔꿈치와 발목이 좋지 않았고, 복귀한 이후에는 이소희가 맹장 수술을 받았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랭킹을 올리기 위해 급히 복귀했지만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허벅지 파열 부상이라는 악재까지 왔다. 결국 지난 6월 호주오픈에서야 둘이 호흡을 맞춰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대표팀에서는 김소영(27·인천국제공항)-공희용(23·전북은행)이 여자 복식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둘은 세계 랭킹 1, 2위 등 일본의 톱 랭커들을 연파하며 5월 뉴질랜드오픈과 일본오픈 등을 제패했다. 둘의 세계 랭킹은 9위지만 올림픽 출전 포인트 랭킹에서는 4위로 14위인 이소희-신승찬에 앞서 있다.
도쿄올림픽은 지난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국제대회 성적을 합산한 포인트로 출전 순위를 정한다. 복식은 8위 안에 한 국가에서 복수의 조가 포진하면 상위 2개 조까지 출전한다. 올림픽 포인트 랭킹 11위 백하나(MG새마을금고)-정경은 조까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소희-신승찬은 완전치 않은 몸 상태에도 일단 8강행을 이뤘다. 전날 32강전 승리에도 표정이 좋지 않았던 둘은 이날은 그나마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소희는 "오늘도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어제보다는 조금 나았던 것에 위안을 삼는다"면서 "현재 둘의 컨디션과 호흡은 50~60% 정도"라고 말했다.
신승찬은 "부상 복귀 뒤 이번이 5번째 대회"라면서 "급한 마음으로 대회를 치르다 보니 마음이 불안해 여유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번 대회에 앞서 훈련하는 과정이 괜찮았지만 시합 때는 부담이 되다 보니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못 했다"고 했다.
그러나 큰 대회에 강했던 경험을 믿고 있다. 이소희는 "컨디션을 100%까지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만약 된디면 (대회 메달 등)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승찬도 "어떻게 8강까지 꾸역꾸역 올라왔는데 거기에 맞춰서 내일은 70~80%는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거들었다.
둘의 호흡도 좋아지고 있다. 이소희는 "우리는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이라고 했고, 신승찬은 "전위에서 내가 만들어주고 소희가 뒤에서 때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출전에 대해서도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올림픽 메달 경험이 있는 신승찬은 "경쟁이 동기 부여도 되지만 올림픽에는 많이 나가면 좋은 것이기 때문에 서로 도와주면서 같이 2개 조라도 8위 안에 들어서 나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소희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큰 경기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이소희와 신승찬. 과연 잇딴 부상이라는 악재를 딛고 한국 배드민턴 여자 복식의 자존심을 세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