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 그리고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위해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전임감독제라는 원칙을 깨면서 과감하게 영입한 지도자다.
하지만 그런 라바리니 감독에게도 한국 여자배구의 전설 같은 이야기는 고스란히 전해졌다. 바로 대표팀에 소집돼 김연경(엑자시바시)과 같은 방을 쓰는 선수의 기량이 크게 향상된다는 소문이다.
2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만과 제20회 신한금융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8강 라운드 E조 1차전을 세트 스코어 3-0 승리로 마친 라바리니 감독은 양효진(현대건설)이 10년 가까이 김연경과 숙소 같은 방을 사용했다는 소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사실 김연경은 최근까지 양효진과 함께 대표팀 숙소를 썼지만 이번에는 표승주(IBK기업은행)와 한 방을 쓰고 있다.
양효진도 “사실 연경언니와 같은 방을 쓰면 좋다”며 “나는 정석대로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언니는 갇혀있는 걸 싫어한다. 외국생활에 대해 들을 수도 있어서 언니 덕분에 나도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라바리니 감독에게 2019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배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이지만 김연경의 룸메이트로 추천하고 싶은 선수를 물었다. 조금 더 분전해주길 바라는 의미의 질문이었다.
“그렇다면 일단 큰 방을 써야 한다. 그래서 모든 선수가 김연경과 같은 방을 썼으면 한다”고 답한 라바리니 감독은 “나는 연경과 같은 방을 쓸 순 없으니 바로 옆에 방을 잡아서 내 실력도 조금은 성장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